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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Nov 09. 2021

이게 무신 일이고?

브런치는 사랑입니다.

우리 둘은 토요일 아침이면 허드레 보이지만, 신성한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25년 전부터 운영하신다는 어르신의 주말농장에 우리가 심은 녀석들을 보러 가기 위함이지요. 그 주말 농장의 어르신을 뵈 온 지가 어느덧 4년째가 되었습니다.


그이의 회사에서는 서울, 경기도 일대 텃밭이 있는 여러 곳을 계약해 놓은 듯합니다. 집 가까운 곳을 선택해 언제든 주말농장엘 참여할 수 있게 말입니다. 우리가 잠실 종합운동장 앞에서 살 때만 해도 텃밭 가꾸기의 관심은 1도 없었습니다.


강동구 어느 주말농장에서 동료 분이 농사지어 불러주면 수확물을 얻어먹기 바빴습니다. 어느 날은 텃밭으로 직접 부르셔서 가져가고 싶은 만큼 들고 가게 하셨지요. 그러다가 공릉동으로 이사 오면서 일하고 공부하러 다니러 바빠지니 그이는 숨어있는 본능에 이끌려 주말농장을 선택한 듯합니다.


어린 시절 돼지 키우던 일을 도왔던 그이는 자전거를 타고 집집마다 구정물을 얻으러 다녔던 힘든 기억 때문인지 어머님 댁의 텃밭엘 한 번도 나가보려 하지 않는 겁니다. 그랬던 그이 선택을 보면 어릴 적 힘든 기억을 잘 승화시킨 모양입니다.


시엄니 댁을 가보면 봄날의 잘 영그는 마늘, 양파부터 가을의 김장 무, 배추를 보러 따라나서는 사람은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일이 고작이지만, 어머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주는 시간만도 참 좋은가 봅니다. 시엄니는 저를 편안해하고 별별 이야기를 다 들려주는 것만 봐도 그렇지요. 그럴 때면 텃밭 농장주 어르신과 닮은꼴입니다.


텃밭 근처도 안 가던 그이 혼자 집 가까운 곳도 아닌, 남양주의 어느 주말농장까지 운전해서 다녀오겠다고 마음먹은 일 자체가 놀라웠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따라가 보면 여지없이 농장 주인이신 어르신께서 옆에 계셨습니다. 농사에 서툰 그이 옆에서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계셨던 것입니다. 어쩌다 한 번 보이는 저에게도 이것저것 알려주곤 하셨지요. 최선을 다해 자기 삶을 살아오신 어르신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저는 한 번씩 얼굴을 보일 뿐인데, 금방 친숙해졌습니다.


2천 평이 되는 넓은 토지와  새집을 지어 터를 잡으신 배경까지 자연스레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농대 졸업 후 공직에 계셨던 남편 분. 오랜 꿈이 주말농장 운영이라 고민 끝에 들어오게 된 건데, 몇 년 지나지 않아 남편 분 돌아가시고. 농사 1도 관심 없던 남편 분의 그 꿈을 사모님께서 도맡게 되셨다고. 남편 분이 좋아하며 했어야 할 이 일을 하면서 많이 힘드셨다는데...

지금은 농사짓고자 하시는 분들께 알려줄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좋으신가 봅니다. 매일 텃밭에 와서 손질하시는 분도 계시고, 우리처럼 주말마다 살뜰히 잘 가꿔 먹거리 수확해 가는 모습이 흐뭇하다 시는 어르신.


덕분에 텃밭을 오가며 우리가 심고 가꾸는 즐거움, 놀람, 생명의 존귀함과 끈질김을 느끼고 가꾼 것을 나누는 입장까지 맛보게 해 주신.  당신께서 다른 용도를 바꾸지 않고 주말농장을 잘 운영해 주시기에 가능한 일일 겁니다.


그런 텃밭의 일상을 담아 쓴 글을 브런치가 좋아하나 봅니다. 매일 70여 명 올까 말까 한 이 방엘 11월 들어 2번이나 만여 명이 오갔으니 말입니다.

새삼 주말농장을 체험할 수 있게 도움 주시는 그이의 회사가 고맙고, 혼자 그 큰 토지를 아끼고 보살피며 잘 운영해 주시는 농장주 어르신 감사합니다.

지금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해마다 서툴기 짝이 없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텃밭 모든 식구들께 많은 조언 주심을 기다리렵니다.


아울러 브런치 글 읽어주시는 것만도 고마운데요, 좋아요! 까지...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섭섭할  뻔 했지요?  신랑님..

사랑하고  한결같은  이의  공로  잘 알고 입죠.

이쯤되면   공모전 큰 대상받고  수상소감  발표하는

것 같습니다.

다 브런치 덕분이고  행복한 워킹맘님의  친절한  안내 덕분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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