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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Nov 15. 2021

삶은 모방이다.

좋은 것은 따라하기

삶은 모방이다. 똑바로 마주 보며 대놓고 할 수도 곁눈질을 흘깃거리며 따라 할 수도 있다. 작게는 더 나은 누군가의 행동거지, 매무새, 말투나 글투일 수도 있고, 크게는 태도나 가치관, 삶의 방식까지 닮으려 노력하는 이가 많다는 거. 그중의 한 사람이라는 걸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꼈다.


일주일의 친친 감긴 몸을 스르르 풀어주는 공간이 있다. 일요일 아침시간, 목욕탕의 온탕 속이 바로 그런 곳. 일주일에 한 번이면 족한데, 한동안 그마저도 어려운 걸 조금씩 찾아가는 일상 속.


더운물에 몸을 퐁당 집어넣고 목까지 푹 담갔다. 뒤에선 콸콸콸 쏟아지는 물줄기로 등으로 받아치면서 물 멍이란 것도 하면서.


순간 두 눈이 반짝했다. 짧은 파마머리에 육십 중반은 훨씬 넘어 보이는 분 물속에 들어서며 뒤돌아 앉으려는 순간이었다. 어깨부터 발끝까지의 몸이 단단한 근육으로 잘 다듬어진 허리 잘록하신 분. 얼굴 부분만 보지 않았어도 운동으로 다져진 젊은 분인 줄 알았을 거다.


자동 센서 달린 듯 내 시선은 더운물에 담겨  때 불고 있는 볼품없이 늘어진 내 뱃살에 머물고 있다.

탕 속에는 그 분과 나 말고 세 사람이 더 있었다. 탕 안과 탕 밖의 경계에 앉은 그분이 가만히 탕 속에 몸을 담갔다. 가만히 때 불리기에만 전념하고 있는 다른 분들과 달리 물속으로 들어오자마자 평범한 몸동작을 선보인다.  두 팔을 겨드랑이 높이로 들어 올려 옆으로 들어 올렸다. 등 뒤에 있는 날갯죽지 근육이 선명히 드러났다 운동으로 꾹꾹 다져놓은 몸. 드러난 등 근육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다.


가만히 목까지 담그고 앉아 물 멍하고 있던 내 두 팔은 머리 위로 쭈욱 뻗어 올려져 있다.  기지개란 이름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거. 내 옆 아주머니는 두 팔을 가슴높이로 가지런히 붙이고 양 엄지손가락을 턱 밑에 받친 채 고개를 뒤로 젖힌다.
 또 한 사람 배 불뚝 여사님은 갑자기 일어서셨다. 탕 속 돌 의자에 한쪽씩 번갈아가며 한 발씩 올리신다. 발 앞부분을 끌어당기기 위해 엉성한 자세로 수그렸다 일어섰다를 반복하시면서. 휘트니센터나 필라테스에서 한 번은 배워 본 듯한 동작을 기억에서  꺼내  누가  시키기라도  한듯 동작을  뿜어대고  있는 거다.


시선은  모두  똑같은 곳. 그 분을 계속 다보는 거다.  내  뉸에만  띈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장은 아니어도 이 동작들이 계속되는 어느 날 저분처럼 잘록한 허리 맵씨와 건강미를 뽐낼 수 있을. 저분이 멈추는 순간 바로 멈출 준비가 된 사람들처럼  바로  멈춰 버리는데.


말 한마디 없이 탕 속의 모든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신 분. 그분은 물속에서도 강도 높은 몸동작을 이어가시고, 우리들의 시선은 그곳에 머물며 각자의 동작들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좋은 것과 나은 것이 있을 땐 쫓아가서 따라 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보면 내 몸에 맞는 동작들이 최적화되어 움직일 거다.


낯선 이의 나이와 상관없는 건강미가 부럽다.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게 하는 몸동작들. 좋은 것과 더 나은 것은 따라 해 보고 내 것으로 만들기가 급선무다. 탄력 있는 몸은 생각이 아닌 물 속이든 물 밖이든 움직여 줄 때 바라볼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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