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이폰을 30만원에 득템했다!

by 서비휘

“아니, 멀쩡한 걸 바꿔?”

따닝은 며칠 전부터 휴대폰을 새로 살 거라며 들떠 있다.

“엄마가 몰라서 그렇지, 사진 빨이 달라.”

“아이구, 원판 불변의 법칙 몰라? 원판이 좋으면 복사판은 자동이야.”

“엄마, 우리 엄마 맞아, 계모 아냐?”


따닝의 결심이 한 번 서면 꺾을 수 없다는 걸 안다. 더군다나 지금은 따닝이 일해서

번 돈으로 사겠다니 더 할 말은 없다.

고등학교 다닐 때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데도 부모님께 구구절절 편지를 써서

바꿔야 할 이유를 설명하던 아이였으니.

다만, 무슨 물건이든 몇 년을 써도 늘 새것처럼 정갈히 쓰는 따닝의 휴대폰이

멀쩡할 텐데, 쓸데없이 돈 쓰나 싶어 한마디 보탰을 뿐.


퇴근시간, OO역에서 만나 집에 오는 우리 둘은 집 앞 휴대폰 가게에 들렀다.

따닝이 원하는 모델이 미리 정해져 있으니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휴대폰 속에 저장되어 있는 지금 순간보다 어린 날의 추억과 기억 뭉치들만 정리하면

되는 일만 남았다.

사용하던 휴대폰은 되팔기로 하는 듯했다.


이번 달로 2년째라 꽤 괜찮은 금액을 보상 받는다고 한다.

사용하지 않는 휴대폰을 서랍 속에 넣어둬 봐야 쓸모없는 기계에 불과할 뿐이니

잘한다 싶었다.


이사 갈 때면 책장 앞에 앉아 사진첩을 들쳐보며 어머어머 이런 때도 있었지.

육아일기나 끄적거렸던 메모를 볼 때면 이런 걸 옮겨 적었네. 성숙도 해라.

그러는 것처럼 따닝이 그러고 있었다.

휴대폰 속에 저장된 것을 2년 만에 들쳐보니 좀 볼 게 많았을까.

“엄마, 엄마~ 이것 봐 봐!

아~ 우리 엄마 이때만 해도 젊었었다. 피부결이 달라. 완~전.”

“치이, 나는 지금이 더 젊은 거 같은데....”

“뭐래~ 지금은 쭈글쭈글 그 땐 탱탱하잖아.”

따닝마저 이렇게 나를 제대로 보고 있다.

내 앞에 거울이 없다고 하긴 거울이 있다고 한들 제대로 보일 쏘냐.

나만 내가 보이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는 건가.

나이 들어가면서 쭈글이의 모습을 그대로 느끼며 살아도 별 재미는 없을 성 싶어

오히려 잘 된일이지 싶다.

퇴근해서 돌아온 그이가 다른 날과 다른 집 안 공기를 감지해 냈나 보다.

“무슨 일인데?”

“아, 따닝이 휴대폰을 바꾼~대.”

무심히 던지듯 말했다.


“딸냄~~ 네거 2년도 안 됐잖아.”

“이번 달이 2년이라 할부금은 휴대폰 되팔면 그 돈이 나온~대.”

따닝한테 물었는데, 따닝의 대변인양 내가 대답하고 있었다.

“난 6년이나 써도 멀쩡한테......”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중간 중간 휴대폰을 바꿀 때마다 아빠 것도 바꾸라 했었다.

한참을 더 쓸 수 있다며 당치도 않는 말 한다고 잘라 말했던 그였다.

‘이번엔 정말 바꿀 때가 되었나.’

다른 때와 반응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고 지나치는 찰나,

그이는 번쩍하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딸냄~~ 그 휴대폰 아빠한테 팔아라!”

“에잉?”

따닝의 반응은 이랬지만, 순간 내 마음엔 백열등이 켜졌다.

그것 한 번 좋은 생각이라며 대찬성의 손뼉까지 쳤다.


‘설마, 따닝이 아빠한테 돈 받겠어?’

그 순간, 따닝 얼굴을 잠깐 봤다.

캠파이어 나무장작불 불붙듯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게 보였다.

‘짧고 짧은 순간에 이거 완전 끝과 끝을 달리고 있었구나!’

그이는 중심에 서 있었다.

따닝이 팔았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묻고 있는 거다.

그 때 확 달아올랐던 얼굴 빛이 살짝 사그라들며

“삼십 이만원 정도?”

“뭐야, 새것도 아닌 걸 뭐가 그렇게 비싸?”


아빠한테 공짜로 주진 못할망정 10만원 정도도 과하다고 생각하며

내 목소리에 삑싸리가 첨가되었다.

소란스러운 얘기가 오간다 싶었는지 자기 방에서 나오던 아들이

그 얘길 종합해 보더니 그 정도의 금액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 이는 따닝한테 30만원만 받으라며 바로 입금시켜 주었다.

‘치이, 아빠한테 그냥 주지...’

아이폰 프로 12라 백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인데,

남은 할부금은 되 판 돈으로 갚으면

백만 원 정도에 새 것을 쓸 수 있다는 따닝의 계획이 있었단다.

뜻하게 않게 아빠한테 팔아라가 된 거고.

항상 계획 속에 사는 딸아이가 무계획인 엄마의 말에 당황스럽고 놀라긴 했겠구나!

가족이라고 말하지 않고 혼자만의 생각만 했으면

서운함과 괴씸함이 생길 뻔했다.

그렇게 아빠와 따닝은 퇴근 시간 맞춰 각자의 휴대폰에 새로운 등록을 마치고,

한참을 각자의 공간에서 앱, 앱, 앱으로 세팅하느라 바쁘다.

아빠는 아이폰 10을 30만원에

따닝은 아이폰 프로12를 135만원에

내가 보기엔 그게 그거 같은 새 휴대폰을 각자의 품에 안았다.


인생, 사랑, 삶의 모든 것이 담겨질 휴대폰에

좋은 소식과

긍정의 말들이 많이 오가길.

이전 03화 생사람 잡을 뻔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