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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Dec 11. 2021

나는 어떨 때 행복하게요?

일곱 살이 느끼는 행복한 순간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보고 배우는 게 어디 한 두가지랴. 작은 아이들 세상 속에도  우주가 다 녹아들어있으니. 동화책을 읽어주다 보면 공주와 왕자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끄읕~ 으로 마무리되던 이야기는 옛날 옛날이야기 같습니다.


계절과 주제에 맞춰 전시된 동화책을 읽어봐도 어디에도 그런 이야기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보다 더 힘듭니다. 생활, 자연, 생태, 인성, 과학, 감성동화가 주를 이루고 있어  더 그런 거 같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편한 글이 맘에 울림 주듯 아이들도 자기와 거리감 있는 이야기보다 자기 이야기와 닮은꼴을 좋아합니다.


감정카드 속의 감정을 표정과 맘으로 표현해 본 친구들은 자세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표현을 달리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친구에게 그때 그때 감정을 소리 내어 이야기하는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물론, 속상하고 억울한 맘을 울음으로 표현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전보다 훨씬 줄어든 것은 확연해 보입니다.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유치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행복한 순간이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어떨 때 행복하게요?]


생각하기에 따라 추상적일 수 있는 이 질문에 대한 것은 그림이나 글 어떤 것이든 괜찮다고 했습니다. 역시 아이들이 공통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었지만, 제각각 달랐습니다.

생일선물 받을 때, 크리스마스 선물 받을 때, 게임이나 TV 볼 때는 많은 친구들이 행복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똥 쌀 때와 쉬 쌀 때를 당당하게 말하는 J.

똥 쌀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냄새나서 싫다는 사람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름을  얘기하기  위함인데,  똥 글자의  쌍디귿만 나와도  교실바닥을  데구르르  구르는 녀석들로  다같이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올해  소리내어  소탕하게  웃어본 적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크게 웃었습니다.


침대에서 텐트 피고 잘 때를 말하는 친구도 있었고, 4~5개를 겨우 생각하기 힘든 아이들 사이에서 18개를 단숨에 써내는 L이 부러울 정도였습니다.


L이 18개의 행복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독창적이고 목소리에서 자신감 뿜 뿜인 L인데, 이렇게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평범치 않으니 아이가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입니다.

#엄마가 꿀 딸기 셰이크를 만들어 줄 때

#수제 요거트를 먹을 때

#새로 뭘 만들 때

#수영장 가서 수영할 때

#다른 나라 갈 때

#할아버지랑 놀 때

#인형이 있을 때

#잘 때

#재홍이랑 아파트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놀 때

#크리스마스 될 때

#악기 연주할 때

#도라에몽 볼 때

#포켓몬 카드 받을 때

#자유선택 놀이 시간 때

#미술시간 만들기 할 때

#선물 받을 때

#요리에서 디저트 할 때

#눈이 올 때


그렇다면 나는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지 단숨에 써낼 수 있는 것이 과연 몇 개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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