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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Dec 16. 2021

참 고운 선생님

예쁘고 다정한 선생님

고요함이 안으로 파고드는 계절, 겨울이다. 주변 환경이 썰렁해지니 울림을 주는 따뜻한 말에 귀 기울어지고 그런 음악, 그런 그림, 그런 사람이 좋아진다.


매일 보는 동료 선생님 중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선생님. 결이 곱고 부드러우며 단아한 매무새에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선생님이다. 얼굴엔 항상 엷은 미소를 띠고 있으며 눈이라도 마주치면 활짝 웃어 보이는 선생님. 난 처음 보는 순간부터 그 선생님이 좋았다.


처음 본 인상이 어딜 가지 않는 것인지, 지내면서 늘 좋았고, 지금까지도 좋다.


늘 아이들 곁에서 조물조물거리며 약간 빈틈의 시간이 있으면 아이들과 가위바위보 게임도 하며 친밀감을 높이는. 어떨 땐 우르르 매달린 아이들을 달고 복도를 한 발 한 발 떼놓기 쉽지 않아 거닐 듯 걷기가 다반사다. 아이들도 아는 것이다.

순식간에 좋아서 달라붙는 아이들을 어쩌지 못하고 지남철에 여러 붙이들 달라붙듯. 나도 그 곁에 매달리고 싶을 만큼 맘을 내주는 선생님이 좋고 참 예뻐 보인다.

많은 선생님들 계시지만, 기본적인 관계 유지하며 맘 주는 선생님이 대부분. 사실 그 정도면 부족함 없고 최고 선생님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아이가 좋아 사랑까지 뚝뚝 묻어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개인적인 성향일 테고, 본인의 적성과 일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 나오는 애정과 다정다감일 테다.


아이들은 맘에서 퐁퐁 솟아오르는 사랑을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아 편지를 쓰거나 그림으로 그려 보물 내놓듯 꺼낸다. 집에 가자마자 가방이랑 잠바 던져두고 똥꾸 치켜들고 엎드려 쓰기 바빴을 터이다. 다음 날 아침 비밀스럽게 꺼내 드릴 때 그걸 받고 기뻐할 선생님을 떠올리며.


그 정성에 감동받고 탄복했을 선생님 교실 한쪽 벽면에 아이들의 사랑을 채워나간다.

 선생님을 향한 아이들의 사랑은 투명하다. 해맑다. 사랑스럽다.

선생님의 아이들을 향한 사랑은 진하다. 따뜻하다. 정답다.


아이들이 사회생활하면서 만나는 복 중에 최고의 복은 선생님을 잘 만나는 일. 감사하게  우리 두 아이를 키울 때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정말 선생님 복 많다 할 정도로 좋았다.

지금까지 유치원 선생님들과 연락하고 지낼 정도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인연이 있긴 했다. 아들이 다섯 살 때 부담임이자 주임 선생님께서 서울에서 결혼식이 있었다. 그땐 울산 살 때라 서울까지 비행기 티켓을 끊어 주셨다. 들러리 부탁을 받고 아드닝과 따닝과 함께 서울행차를 했었으니. 직접 들러리란 걸 처음 본 나는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남녀 꼬맹이 둘이 꽃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꽃을 뿌리며 가는 모습이 귀여웠다.


일곱 살 땐 담임선생님께서 대구에서 결혼식이 있었다. 그때도 들러리를 서 달라는 부탁을 받고 결혼식에 갔었다. 누나 거랑 합치면 5년 유치원을 다니며 두 분의 선생님 결혼식에 들러리를 섰으니. 공교롭게 그 두 선생님께서 서울로 시집을 가는 바람에 먼 거리의 사람들이 되었다.


그 후 우리가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간간이 안부전화만 하고 지냈다. 아들까지 대학을 입학한 후  두 선생님과 자리가  마련되었다. 건대 역 어느 치킨 집에서 두 아이들의 엄마가 되신 두 선생님을 만난 우리 집 아이들.

내가 볼 땐 40대 되셨으니 이미지는 남았어도 나이는 들어 보였다. 아이들은 그때 똥머리의 선생님을 그대로 기억하며.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단다.

아들도 일곱 살 땐 선생님과 결혼할 거라며 똥꾸 치켜들고 편지를 써대던 꼬맹이가 대학생이 되어 유치원 선생님과의 만남을 정말 감격스러워했었다.


지금 우리 원 아이들 내가 좋아하는  그 담임 선생님.  아이들이  무던히 따르고 좋아하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일곱 살 꼬맹이들 자라서  먼 훗날 중고생이 되고 대학생이 될 때까지 잊지 않고 예쁜 선생님과의 인연 잘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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