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미술 선생님은 네이버 블로그를 생각하신 듯하다. 내가 쓰고 있는 글 대부분이 울 가족들 뒷담화가 주를 이룬다. 그걸 알려주면 일터에서 매일 마주하는 선생님들 보기 참 많이 민망하고 쑥스러울 거 같은 거.
지난번 맘 예쁜 선생님은 글을 읽으며 좋아했다. 쓴 거 보내달라곤 하지 않았다. 고운 선생님과 우아한 선생님도 읽는 것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평생 간직할 거라고 하지 않나, 남편한테 바로 보여주고 싶으니 링크를 걸어 달라 하지 않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해하고 있었다.
“선생님, 제가 내일 프린터 해서 갖다 드릴게요.”
우아한 미술 선생님은 브런치는 아는지 모르는지, 블로그라든가 다른 sns는 하는 거 같다. 현재 브런치에 글만 겨우 올리는 정도인 나에게 깊이 물어볼 일은 없다. 한 살이라도 아래로 내려갈수록 sns는 더 능수능란한 일일 테니. 글 읽으며 매거진이란 문구를 보고 어딘가에 글을 올리는 걸 눈치로 읽으신 거다.
매일 100여명 정도의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읽는 것은 그래도 낫다. 매일 만나는 이들에게 우리 집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다 알게 하는 건 좀 그럴 거 같은 거다.
다음 날, 만난 우아한 선생님은 나를 보자 어제 그 글을 다시 보여 달라는 듯 표정으로 재촉했다. 사진과 함께여서 3장을 잊지 않고 프린터 해 가길 잘했다. 찬찬히 다 읽어내리더니 나란히 펼쳐놓고 사진을 찍고 있다.
잠시 후, 읽는 순간부터 함께 보고팠던 남편이 있는 곳으로 슈웅 날려 보낼 테지.
기분 좋고 뭉클한 순간을 부모님이 아닌 남편이란 사실에 잠시 멈칫해졌다. 우리 아이 둘이 다 커서 우리 품을 떠나 곧 독립할 날이 머지않아 그런 생각이 더 들었을 수도.
좋고 속상한 일 일거수일투족 일들을 부모가 아닌 연인이나 남편과 함께 의논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텐데. 괜히 서운해지는 거다.
글을 전한 지 하루 이틀밖에 안 되었다. 눈으로 마주하는 인사가 더 친밀해짐을 느낀다.
고운 선생님은 더 고운 모습으로 우아한 선생님은 더 우아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고운 선생님은 다음 수업을 기다리는 다른 교실 앞 복도에서 그 잠깐의 틈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신다. 앞에 앉은 몇몇 아이들과 틈새 놀이였던 것을 전체 아이들 손잡아 주며 자리를 옮겨 가신다. 저 뒤에 있는 아이들까지 손잡아주며 눈으로 다가가고 계셨다. 그 모습에 내 맘이 더 뭉클해졌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존재만으로 존귀함을 느끼고 깨달아가는 20대 선생님.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과 함께 할 텐데...
아이들로 지치고 속상할 일이 좀 많을까.
그럴 때마다 다시 맘 추스르며 굳건히 일어서서 맘으로 눈빛으로 더 다가가는 선생님으로 남아주시길. 그런 맘 다스리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글이 되어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