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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an 03. 2022

원석 같은 가수 박창근

[다시 사랑한다면, 미련]  음성 들을 수 있어서

살다 보니 뜻하지 않는 선물 같은 날을 마주할 때가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입 다물지 못할  장엄하고 웅장한 풍광이나 한 줄기 바람 같은 찰나를 손으로 붙잡은  듯한 때.

그냥 쓰윽 지나칠 수 있었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붙잡을 수 있었던 건 호박손 같은 촉을 몸속 여러 곳에 뻗어대며 휘저어서 가능한 것이었을까.


유튜브 창을 열었을 때 낯설고 자연미 가득한 이름 석 자가 아주 크게 씌어있다.

[박창근]

통기타 치며 김광석 노래를 부른 듯한데, 김광석답게, 김광석스럽게 부른 사람인가? 얼마나 비슷하게 불렀기에 저런 대문짝만 한 이름을 써 놓았을까. 그냥 막연히 좋아한 김광석 목소리를 닮은 소리라

‘그렇다면 한 번 들어봐 주는 게 예의지.’ 란 마음으로 이어폰을 낀 채 시작을 눌렀다.


첫 소절부터 이게 뭐지?  작은 소리마저 내지 못하고 숨죽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 자리 그대로 멈춰 선 채 귀만 기울인 게 아니라 맘 속까지 소리의 물줄기가 흘러들어오는 듯 했다. 한참동안 쉬지 못한 숨을 노래가 끝나고야 내 쉬어야 할 정도로 빨려 들어갔다.

김광석이 살아 돌아온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반가운 소리도 있었다.

한 소절 한 소절 시를 읊듯 삶의 애잔함으로 울부짖듯 목소리를 드높일 땐 삶이란 인생이란  내 맘 깊은 곳을 들여다보게 했다.  잘 살고 있다고,  삶은 자유롭고 아름다운거라며,


예술하는 사람들 모두 먼지만 한 작은 점까지 허투루 하지 않듯 한 소절마다 장인의 손길이 닿은 듯

어쩜 그리 깊고 폭넓은 소리로 아우르는지. 한 곡만 듣고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었다.

듣고 또 들을수록 더 깊은 영혼을 마주하는 희열까지 느껴졌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러 곡이 든 모음집을 담아 준 게 많았다.


 내일은 국민가수라는 경연대회에서 1등을 했단다. 그전부터 기타와 하모니카 들고 20년이 넘는 가수활동 했다는데, 알지 못했다. 경연대회가 있는 줄도 몰랐다. 알았다면 매 주 가슴졸이며 봤을 텐데...

쉰이 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고 깨끗한 모습이다. 살아온 삶이 어떠했는지 짐작가는 대목이지 않을까. 이전에 불렀던 그 소리를 잘 담아준 많은 노래가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한 곡 한 곡이 다 좋았다. 노랫말에 인생을 담아 노래하는 사람 진정한 뮤지션이었다.


부르는 곡마다 강렬하고 애절해서 가슴 밑바닥에 꼬깃꼬깃 구겨 쑤셔 넣었던 기쁨, 슬픔, 외로움, 쓸쓸한 감정들을 마구 휘저어 놓았다. 노래를 듣는 동안, 찰랑찰랑 흘러넘치는 우물물에

고였던 감정들이 떠내려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뿌옇던 영혼의 창을 매직 폼으로 닦아낸 듯 세상은 더 아름답고 여유 있어졌다. 무한반복 듣는 동안, 20대의 소백산 겨울 산행 위해 새벽 2시 30분쯤 영주역에서 올려다본 까만 밤하늘. 황홀했던 진초록 별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겨울산행이 처음이었던 나를 위해 친구는 하나부터 열 가지 챙겨주었다. 산을 좋아하던  친구는 산행을 위한 장비라면 없는 것 빼고 다 있었으니. 초보자를 위한 야간 겨울산행에 대한 친구의 친절한 안내가 없었다면 평생 잊지 못할 그런 감격의 순간은 맛보지 못했을 거다. 그의 노래를 듣는 내내 오래전 그 순간이 떠오를 정도로 맑고 깨끗한 기운이 흘러넘쳤다.


“자기 혹시 박창근이라는 사람 알아?”

그이도 같이 들어봤으면 하는 맘으로 물어보았다.

“어. 나 그 사람 너무 잘 알지.”

‘뭐야, 나보다 먼저 알고 그 사람 노래를 듣고 있었단 말이야.

그러면서 나한테 얘기도 해 주고.’


“우리 증조할아버지 이름인데...”

그러니 알 수가 있어야지. 시할아버지님도 뵌 적이 없는데.


그 옛날 친구 덕분으로 겨울산행 안내해 줘서 진초록 별의 눈부신 광경을 마주했듯 유튜브 알고리즘이 안내해 주어 듣게 된 노래 덕분으로 영혼의 때를 벗겨내고 있는 중이다.


맘에서 진한 초록 향기 폴폴 날 거 같은 맑고 청아한 사람,

[ 박창근의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를  비롯한

[박강수와  듀엣한  바로 나] 등

깊고 맑은 샘물 같은 노래 들을 수 있어서 어제와 오늘 같은 날이 한 동안 계속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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