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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an 24. 2022

찡한 순간의 이음줄

삶이란?

산다는 것은 단련이고 갈고닦음이고 참고 견딤이다.

짧든 긴 시간이든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노라면

코끝이 찡하다 못해 눈물이 또르르 흐를 거 같은 때가 있는 것이다.

누가 내 삶을 보고 있는다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교무실로 6세 반 L군 어머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일 년 내내 수없이 많은 어머님들의 상담을 맡아하시느라

쉰 목소리를 안고 사시는 원감 선생님과 한참 동안 상담이 이어졌다.


일  다니시느라 바쁘실 텐데, 고민 고민하다 전화했을 L군 어머님.

요즘 퇴근해서 본 아들 행동이 계속 맘에 걸려 전화를 하신 거였다.

말수가 적은 L군은 집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본데,

요즘 들어 더 의기소침하고 기운 없어 보인다며 원에서는 어떻게 잘 지내는지 궁금하신 거였다.


7세 반은 1월, 2월에 걸쳐 초등학교 갈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고,

5, 6세 반은 형님반으로 간다는 기대와 설렘을 주기 위한 선생님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

상급반을 좋아하고 기뻐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을 환경과 최고 형님반이라는 부담을 느끼는 친구들도 있는 것이다.

L군은 가장 형님반이 되어 해야 할 일에 대한 부담이 있었나.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미리 걱정하고 염려한 것이었다.


아이나 어른이나 어떤 새로운 상황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변화에 대한 적응에 시간이 필요한 이가 있을 수 있는 법, 아이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원감님께선 전화를 끊으시고 조용히 L군을 교무실로 데리고 오셨다. 두 눈 마주 보며 불편한 것 있을 땐 맘에 담아두고 아무 말 안 하면 아무도 모르니 언제든 얘길 하라고 하셨다. 그때 그때 이야기를 해서 도움을 바랄 수  있음 좋겠고 누구든 도와줄 거라는 말씀까지.


일하시다 말고 L군을 떠올리며 걱정하고 계셨을 어머님과

L군이 통화 한 번 하는 것도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어 주셨다.


일곱 살이 된 6세 반 L군이 엄마 목소리를 듣자마자 소리도 나지 않는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아앙~소리내어 우는 것보다 소리없이 흘리는 눈물의 아픔이  더 크게  다가왔다.


옆에서 수업자료를 오리며 상황을 보고 있던 내 맘도 울컥해지며 이내 눈가가 촉촉해졌다.

L군 엄마 마음과 L의 맘이 어떠할지 그냥 그대로 전해지는.

L은 우느라 엄마도 불러보지 못하고 전화를 끊어야 했다.  통화란 서로  통하기에  나누는 시간이라 했던가.  같은 시간 남몰래  눈물  흘리고  계실 L군의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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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시간

우리 토요일 만나서 놀까?”

같은 아파트 단지 사는 K가 S에게 물었다.

“스케줄이 꽉 찼어. 월수금은 피아노. 토요일은 축구.

화요일은 아무 데도 안 가는 날인데, 이번 주 보강이 있어. 그래서 너무너무 안 좋아.”

“아, 나도야. 일요일만 아무 데도 안 가는 날이라 너무 좋아.”

매일매일 너무 힘들고 버거움을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오늘따라 하원하는 7세 반 아이들의 얘기까지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그 무게감에 눌린 맘들이 얼마나 짠한지...



하기 싫어도

재미있지 않아도

버겁고 때론 힘들어도 바득바득 해내야 하는 것.


그 속에 작은 반짝임을 찾아낼 수 있으면 좋고

순간순간 멘탈 놓치지 않는 근력을 키워 가면 더 좋은 것.


산다는 것은 끝없는 날갯짓 팔랑이며 살아가는 것.

갈고닦아 단련이 된다면

누군가에게 울림으로 다가가기도 할 터이니

그 순간순간을 견뎌보고 참아내는 것도 필요한 것이리라.


삶은 맘 찡한 순간들의 이음줄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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