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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Feb 02. 2022

대파, 너로 인해 겨울이 좋아!

저마다의 까닭으로 계절이 좋은 거.

나이 따라 좋아하는 계절의 이유도 달라지는 것일까.

어린 날은 가을이 무조건 좋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시원한 바람과 드높은 파란 하늘에 빠알간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니는 것만으로 충분히.


오래전,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봄이 좋아졌다.

3월 28일 결혼식 준비를 위한 1, 2월 양쪽 본가를 오가며 우연히 보게 된 야산의 아지랑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 눈에 들어왔기에 오래 보진 못했어도 그 선명함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었다.

봄은 뜨뜻미지근해서 싫다고 말했던 무지를 어리석게 생각하며...


봄기운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힘차며 뜨겁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론


봄,

보옴,

그 따뜻한 온기와 강한 생명의 의지와 힘찬 기운에 기대 살았다.


최근 들어

겨울로 옮겨 타고 있다.

겨울 대파의 싱그러운 색감과 뽀송뽀송한 속살을 썰 때의 촉감이 좋아서라면

참 까닭이 단순하기 그지없다고 할 것이다.


초록 계열의 색은 다 좋은데,

겨울 대파의 색은

아, 말이나 글로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냥 느껴야 한다.

눈으로든

손으로 만지든


금방 밭에서 뛰쳐나온 듯한

싱싱한 파 두 단을

트럭에서 사

품에 안고 오던 날


겉껍질 살짝 말라가며 속살 차오를 날

초록의 색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를 맡고

맘 부풀어 올랐다.


차가운  날들 속에서  

푸르른 유월의 싱그러움을 느끼고 있는 지금

겨울날의  싱싱함을  사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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