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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an 19. 2022

결혼할 사람 정했어!

“언니, 이거 비밀인데 나 결혼할 사람 정했~다아.”

 뒷좌석에 앉은 7세 반 K 언니를 향해 뒤돌아 앉은 6세 반 S는 결혼할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오마나! 결혼할 사람을 혼자 정하다니. 결혼이란 게 어디 말처럼 쉽단 말이더냐.

내가 맘에 들어하면 상대가 싫다 하고 상대가 좋다고 하면 내 맘에 안 들고.

너와 내 맘이 하나 되는 것도 어렵지만, 결혼까지 골인한다는 건 몇십몇 천억 겹의 인연이 닿아야 하는 것을.


내 맘에 쏘옥 드는 펜 하나 고를 때도 요리조리 따져본 뒤 직접 손에 쥐고 연습장에 써보고 나서야 손에 들어오는 것을.

결혼할 사람을 정하다니. 상대방 맘은 아랑곳 않는 결혼이란 게 6세 반이니 가능한 말이고 혼자 생각일 테니 충분한 말일 테다.

만약, 그 아이의 생각을 들어본다면 또 달라질 수 있는 일.

7세 반 2년째 공식 커플 P군 정도는 돼야지 일말의 가능성도 열어 보일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누굴까?”

예쁘고 똘방똘방한 S 선택을 받은 이는.

“S는 누구랑 결혼할 거야?”

귀에 속삭이듯 주저 없이 조그맣게 말한다.

“OOO이요.”

“J가 어디가 그렇게 좋아?”

“후훗, 잘 생겼어요.”

우리 모두가 마스크를 낀 채 만났고, 항상 끼고 있으니 온전한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들어가서 수업을 하지 않는 한 자세히 들여다볼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잘 생김이란 누가 봐도 이목구비 수려하고 거기다 매너나 예의, 능력까지 탁월한 아이는

만인의 연인 원 안에서도 일어난다.

제일 어린 반인 여자 아이들도 잘 알아차리시는 거다.


물론, 애교 많고 사랑스런 여자 아이 옆엔 둘셋의 남자아이들이 호위병들처럼 둘러서서 뭔가 필요한 게 생기기도 전에 재깍재깍 알아서들 해주는. 스스로 할 기회를 주지 않고 공주 대접하는 걸로 사랑의 맘을 전하는 걸 볼 때면 웃음이 난다.


손가방 하나도 남자 친구가 들어주고 다니는 연인들처럼 아껴 아껴 주고픈 맘이 사랑의 징표처럼 아이들도 그런다는 게 신통방통한 것이다.


7세 반 K도 이미 맘속에 결혼 대상자가 있단다. 7세 반은 대충 생김새나 성향, 기질은 어느 정도 아는 터라 반의 리더 격인 K의 맘을 훔친이가 누굴까 다음 말을 기다렸다.

H란다. 어질고 바른 말과 정직한 이미지를 가진 H라면 누가 봐도 1등 신랑감이다. 미래의 곤충학자가 되고 싶어 하던 H를 좋아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선생님, 저는 결혼하면 아기 둘을 낳고 싶은데요,

이름은 별님이랑 달님이라고 지을 거예요. H는 지금 유모차 타고 다니는 쌍둥이 남녀 동생이 있어요. 지금도 동생들을 잘 돌봐주거든요. 결혼하게 되면 아기 둘을 낳더라도 잘 돌봐줄 거 같아서요.”


히야, 요즘 아이들. 얘네들은 도대체 무슨 세대들인가.

그런 깊은 속뜻까지 헤아리며 배우자를 선택하는 디테일이라니.

마스크 속의 벌어진 입은 쉬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뒷자리 옆에 앉은 5세 반 D도 물어봐 달라는 눈빛을 보내길래

“D야 너도 결혼할 사람이 있어?”

기다렸다는 듯이

“네에. OOO에요.”


아무개라면 7세 반 K의 남동생이다.

누나의 눈에도 D가 맘에 드는지 엄마미소를 짓는 게 더 웃기다.


5세 반 L도 좋지 않냐고 물었다.

가끔씩 그 반을 들어가 보면 남자답게 씩씩하고 목소리 우렁찬 L이 눈에 띄어서

물어본 거였다.

“그 얜 맨날맨날 누구누구랑 장난만 많이 쳐서 싫어요.”

장난꾸러기라면 선생님께 이름도 많이 불릴 테고,

5세 반 D의 결혼 대상으로 맘의 사로잡을 이유에서 빠져버린 거다.


5세, 6세, 7세 반 아이들의 맘속에 분명한 이유를 충족한 아이들이 결혼 대상자로

자리 잡고 있다는 거.

부모들의  왈가불가는 애초부터 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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