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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an 24. 2022

"우리 엄마도 카드부자예요!"

부자,  각자 원하시는 진정한 부자되시길!

“선생님, 여기 카드가 떨어져 있어요.”

아침 차량 속 C가 자리에 앉으며 안전벨트 매다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발견했나 보다.

받아보니 내 카드는 아니었다.

누가 떨어뜨린 것인지 알 수 없으니 운전하고 계시는 실장님 쪽으로 향하는데,

C가 큰소리로 말한다.


“우리 엄마도 카드 부자예요.”


재물이나 살림뿐만 아니라 뭐든 많이 가지면 부자라고 표현하는 일곱 살배기 말을 듣다 보니 지난날이 생각났다.


온 가족이 백화점 한 바퀴 돌라치면 다섯 살 아들은 장난감 가게 앞에 눌어붙은 누룽지 마냥

꼼짝 하지 않았다. 이미 가지고 있는 장난감도 많은데, 새로운 걸 또 갖고 싶다는 것이다.

사 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지 아예 드러누웠다.


사 달라고 할 때마다 사주면 나쁜 버릇 들까 봐 눕든 말든 직진하여 그이와 가 버렸다. 그렇다고 맘이 편한 것은 아니어서 아이의 동태를 살피며 쫓아올 수 있는 보이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아이도 뒤지지 않으려고 엄마, 아빠가 보이지 않을 즈음에야

마지못해 일어나 울며불며 따라오면서 하는 말


“은행 가서 카드 넣으면 돈 나오잖아요!”


사 줄 돈 없다 했더니 은행 가서 카드만 넣으면 돈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노무 자슥아, 밑도 끝도 없이 카드만 넣으믄 돈 나오는 기계 있음 나도 좋것다.'

은행 현금 인출기 앞에서 카드 넣어 돈 찾는 걸 몇 번 봤던 것. 카드만 집어넣으면 돈이 퐁퐁 솟아나는 샘물로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빠께서 번 돈이 은행에 들어있어야 돈을 찾을 수 있다고 한 들. 맨 처음 나도 카드 사용 때 잔고가 얼마가 있든 카드 넣고 돈이 나올 때면 신기했던 기억인데... 그런 원리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그런 생각을 할 만도 했다.


카드 부자라고 말했던 C도 카드만 집어넣으면 뭐든 척척 살 수 있는 돈이 나오고, 카드만 내밀면 갖고 싶은 물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니 카드만 있으면 부자라고 생각할 수 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니 어쩌다 그이와 큰소리 내며 싸울 일도 늘 카드 값이었다. 별 쓴 것도 없는데, 카드 값이 나와도 너무 많이 나오는 것이다.

아이 둘이 중고등학교 다닐 땐 부족한 한 두 과목 추가할 때마다 카드 값이 오르고, 계절에 맞게 옷이라도 하나 사 입을라치면 그 달은 빵구가 당장 나 버리는 것.

월급쟁이로 벌어들이는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돈 들어갈 구멍은 왜 그리 많은지.


아껴보려 해도 아이들 학업과 관련된 돈은 줄일 수 없고 고작 먹을 것 중 과일 안 사 먹는 정도만 아끼게 되었다. 그렇게 들인 과외비에 들인 돈만큼 성적 오름도 비례하면 좋으련만.

그이는 돈 들여가며 굳이 과외를 시킬 필요가 있냐로 실랑이가 벌어지고 큰소리가 나는 거였다. 그러다 보니 그이와 같이 쓰는 가족카드 말고 내 카드로 몰래 결재를 하곤 했다.


내 생각을 하는 동안 아이들의 카드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너도나도 뒤질세라 자기들의 엄마도 카드 부자란다. 목청 돋우는 소리에 달리는 차 뚜껑이 붕붕 떠오를 지경이다.


부자라면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의 극 중 욕심 많은 놀부 형이 머릿속에 박혔기 때문일까. 부자란 말엔 자기가 일하고 얻은 이익보단 동생과 나눠야 할 걸 혼자 착취하듯 독차지했던 형 이미지가 굳게 박혀 있기 때문일까. 부자가 아니라도 좋다고 했던 적도 있었는데...


세상이 변해서

카드 부자가 되어도 부자라면 아이들도 좋은 모양이다.


큰돈이 없어도 먹고살 만큼 주어지고, 좋아하는 일하며 담고 싶고 장면 사진 찍고,

늘 감사하는 맘으로 좋아하는 노래 들으며 글 쓸 수 있는 지금이 진정한 부자인 것을.

각자가 가치롭다고 생각하며 사는 삶을 살면 부자인 것을.


좋은 집 있으면 좀 더 좋은 차, 더 좋은 차 있으면 더 더 좋은 집, 더 더 좋은 차...

욕심은 끝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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