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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Feb 05. 2022

[자연이 그려낸 얼음 그림]

보고자 하는 이 앞에만 드러낸다.

“선생님, 잠시만 이쪽으로 와 보세요.”

정원 뒤뜰에서 바깥놀이를 하던 J가 내 손을 잡아끌며 데리러 왔다.

앞뜰에선 넓은 공간을 이용하여 축구가 한창이고, 뒤뜰에선 소꿉놀이나 분필로 바닥그림,

미니 미끄럼이나 시소를 타며 놀고 있던 때이다.


자기들끼리 잘 놀다가 분쟁의 소지가 있을 즈음, 누군가 데리러 오기에 무슨 문제가 생겼거니 하며 바삐 따라갔다. 예상을 깨고 모두들 평화로이 잘 놀고 있다.


무슨 일로 손을 잡아끌었을까 싶어 J를 바라보자,

소꿉놀이나 여름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싱크대 쪽을 가리키며

“선생님, 여기~ 좀 보세요!”

"어머나~ 이게 뭐야? 정말 예쁘다!"

싱크대 바닥 면에 화려한 듯 예쁜 꽃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조각보다 더 정교하고 섬세한 그림 같은 무늬였다.


평소 밍밍한 싱크대 바닥과 다름에 손가락으로 그림에 최대한 손상가지 않을 끝 쪽을 살짝 문질러 보았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걸로 봐선 애초부터 새겨져 있는 그림은 아니었던 것이다.

자연스레 얼면서 생긴 무늬였다.

지금껏 보지 못한 그림이 어떻게 생긴 건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어느 예술작가가 혼을 담아 한 올 한 올 새겨놓았다고 해도 손색없을

[자연이 그려낸 얼음 그림]

J군 덕분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얼음 그림을 눈앞에서 감상할 기회를 갖다니.


많은 시간, 많은 아이들이 그곳을 지나다니며 놀았건만, 그 누구도 보지 못한 것을

J 눈에 띄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J는 다른 아이들이 바깥 놀이에서 주로 하는 공차기나 자전거 타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여자 아이들과 소꿉놀이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노는 걸 더 좋아했다.

성격이 온화하고 따뜻하니 많은 친구들이 좋아하고, 여자 아이들은 미래의 결혼 상대까지 생각할 정도.


지난여름부터 보아왔지만, 분하거나 억울함을 호소할 때도 큰 소리로 씩씩대기보다 논리 정연하게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혀왔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미래의 식물학자나 곤충학자가 될 거라더니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작은 것까지 보고 있는 것인가.  

남다른 감성을 가졌으면서  학자가 될 거라니 책과 과학, 수학, 음악에 소질을  보이고, 관심까지 많으니  여자 아이들도 믿음직해 보이는 것일까.

배우자감으로 생각하는 정도가 이러니 부모님들 걱정할 거 없다는 거 종종 느끼는 바이다.


축구를 좋아하고 공격적이고 힘에 넘칠 정도로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 날아오는 공이 무서워 조신 조신 노는 아이들.

성별에 따라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놀이가 있긴 하다.

요즘 유아들을 보면 달라진 거라면 남자니까, 여자니까 요런 놀이, 저런 놀이 한다고 놀리지 않고 함께 잘 어울려 논다는 것 참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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