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 만세! 만세!'

울 따닝이 종이책 읽던 날에

by 서비휘


퇴근해서 집에 오니 택배가 와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줄지어 오는 택배라 상자나 비닐봉지 속의 물건이 있어도

한쪽으로 밀어놓게 된다. 딸냄이 주문한 것일 게 대부분이니.


산타할아버지가 주는 선물 받듯

딸냄은 몸치장 하는데, 필요한 모든 일체를 택배로 전해 받는다.

종류도 가지가지 그 많은 걸 쇼핑하려면 눈알이 남아나기나 할까 싶다.


어쩌다 그이가 주문한 것도 도착한다.

집에서 필요한 생필품, 주말농사에 필요한 품목들 남방이나 속옷이 주를 이룬다.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져보고 이것저것 사는 게 익숙하던 나는

인터넷으로 뭔가 주문하는 건 낯설고 서툴다.


도대체 좋은지 안 좋은지 분간이 안 된다. 그러니 덜컥 살 수가 없다.

그런 나를 제쳐두고 휴대폰 기능이 능수능란한 두 사람인 그이와 따닝이 맡게 되었고,

SNS으로 주문하는 건 내 영역 밖으로 밀려나 버렸다.

주문되어 오는 대로 받아쓰다 보니 고르고 말고 할 것 없이

그 또한 편하고 익숙해지고 있다.


택배 상자 바깥에 얼핏 교보문고가 보이긴 했다.

잠시 내 껀가(?) 주문한 일이 없으니 아닌 거 같고, 딸냄 이름이 있었다.

‘뭐지?’ 했다.

따닝이 종이책 읽는 모습을 본지 한참 오래 전이라 설마했다.

잠시 갸우뚱하다 배고파 할 가족들 밥 준비하러 부엌으로 들어갔다.

무농사 지은 싱싱한 무로 총총총 무채로 썰어 저녁 차려 먹고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으니 궁금증 잠깐 있던 것도 까마득히 잊었다.


잠시 후, 딸냄의 방에 필요한 게 있어 들어갔다.

“어머, 이게 무슨 일?”

두 손을 입에 갖다대며 난 아주 크게 놀랐다.

울 딸냄이 침대에 엎드려 책을 읽고 있는 거다.

“세상에나 따닝!! 아까 교보문고 보였던 게 우리 따닝이 주문한 책이었어?”

“응. 책이 읽고 싶어서!”

순간, 이 엄마는 흥분해서 '만세 만세 만세!!!' 삼창을 부를 뻔 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던 딸냄이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야 사는 걸 고집하지 못하는 것처럼

종이책을 봤으면 하는 기대는 진즉 접어야 했다.

유인나가 읽어주든 또 다른 누군가가 됐든 좋은 책 읽어주는 걸

듣는 것만도 기특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낼 모레 시집가도 될 만큼 다 큰 따닝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웃기고,

입 벙긋 할라치면, 또또 잔소리냐며 듣기를 거부해 버리니 되도록 말을 아끼게 된다.

KakaoTalk_20201111_223820821_01.jpg

더군다나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모든 게 해결되는 시대에

거추장스럽게 종이책을 뭣 하러 주문해서 읽느냐는 말에 할 말이 없었다.

전자파도 신경 쓰이고, 시력도 종이책보단 좋지 않을 거란

이야기를 늘어놓는 순간, 또 잔소리 많은 엄마라고 말할테니까.


어떤 말로든 귓등으로 듣고 들으려 않던 딸냄이 손수 책을 주문해서 읽고 있으니

꺄~악!!! 정말 반가웠고 기뻤다.

한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작가의 정성과 혼이 담겼을 책을 읽으며

자기 나름의 생각 정리도 될 테고, 마음과 정신을 단단히 할

좋은 친구가 되어줄 거라 믿으며.


책 제목을 보니 지금 사랑에 빠지고 싶은 맘이 많아 보인다.

스물일곱 인생에서 가장 젊고 예쁜 나이

새로 시작하거나 뭘 해도 빠른 나이

그런 젊고 예쁜 딸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랑을 하다보면

내가 끌리면 그 쪽이 시큰둥하게 놔 버리고, 별 관심 없는 사람은 끌어당기는

서로서로 끌어당기는 사람을 만나기까진

한 동안 힘없는 줄다리기가 될 테다.

'힘빠져 하지 말고 이런사람 저런 사람도 있구나! '

맘껏 눈치 보지 않고 이사람 저사람을 만나볼 수 있을 때 많이 만나는 것도

좋을거라고 봐.

KakaoTalk_20201106_000943494_18.jpg

사람의 관계가 마음먹은 대로 쉽게 된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좋은 사람 생겼다 싶어도 아닐 때도 많아서 스스로 다잡을 수 있는 마음이 생겼으면 한다.


여행은 워낙 좋아하는 따닝이라 짐보따리 간단히 꾸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고,

스마트폰이 줄 수 없는 무언가 책 속엔 분명히 있을테니 더 넓은 세계를 만나는

가장 좋은 책을 가까이하는 따닝이 되었으면...


나도 모르게 상처 주고 상처 받은 마음 추스리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가장 좋은 친구인 책

교보문고가 보이는 택배가 자주 보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울 사랑하는 따닝, 올 가을, 겨울이 끝나기 전에 좋은 사람 만나서

이쁜 사랑 많이많이 하길.

책도 더 가까이 하길 바라본다.


KakaoTalk_20201106_000943494_21.jpg


이전 08화'잠 때문에, 잠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