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가 뚱보 아저씨로

찌기 건 쉬운데 빠지기는 어렵다.

by 서비휘

“좀 덩치가 있으면 좋은데, 다리통이 나보다 더 얇아. 엄만 그러면 좋겠어?”

“응. 엄만 좋아.”

“참 이해 안 됨.”

별 희안한 사람 다 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랬다. 나는 깡말랐다 할 만큼 빼빼가 좋았다. 따닝은 어이없다는 듯 날 보더니 자기는 누구누구처럼 어깨가 넓고, 키 크고, 능력 있었으면 좋겠단다.

“현실남 아냐. 그 정도면 tv 나가서 만인의 연인이 돼야지, 한 사람 연인으로 되겠어?”

‘아직 덜 급한 건가. 눈, 코, 입만 붙어도 좋다는 사람 있던데, 좀 더 나이가 들면 기대치가 좀 내려오려나.’

따닝은 자기 반쪽의 이상형은 어디에 꼭꼭 숨었는지 모르겠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상형 포레스텔라의 고우림을 맘에 품고 있으니...


그것마저 엄마인 나를 닮았다. 나도 꽤 오랫동안 tv 속의 인물을 이상형으로 삼았다. 시골에 살던 내가 오다가다 만날 수 없는 일이었다. 한양까지 올라간들 어디 가서 찾아야 할지 모르는 때였다. 뜬구름 잡듯 맘속의 H를 그리며 혼자 좋아하고 그리워했다.


어느 날 같은 과 선배였던 L 씨가 좋은 사람 있다며 소개를 시켜주었다. 이름 석자만 들고 DJ 있는 고전 음악실에서 만났다.(그땐 카페라기보다 음악실, 음악다방?) 키가 178cm인 깡마른 사람이 회사 잠바를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시커먼 잠바 위에 이름표에 눈이 갔다. 중, 고생도 아니고 일반인이 이름표를 달고 있었으니. 이름 전해 들을 때도 웃겼던 거 같던데, 그 자리에서 이름을 봐도 웃겼다. 나도 모르게 킥킥 웃음소리가 났다.

다행히 전국 전화번호부 다 뒤져도 하나뿐인 이름이란다. 선생님들마다 그 이름의 특이함으로 자주 불리었단다. 나만 이상하고 우습게 여기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해 주었다. 놀리는 기분 안 들었다면 정말 다행이었다.


‘허리 28인치가 뭐람. 이건 뭐 키 크고 쭈욱 잘 빠진 여자 몸매 해도 되것네.’

뻬빼인 건데 나보다 날씬한 몸매일 거 같았다. 빼빼가 좋았으니 어쩔 수 없었다. 감안해야 했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이상형인 H 씨를 닮지 않았지만, 뚱보가 아니라서 좋았고 착하고 영리해 보여 더 좋았다. 그랬던 빼빼 아저씨! 직장 생활하며 술자리 많아지고 숨쉬기 운동만 이어지니 조금씩 나오고 있었나.


어느 순간 고개 돌아보니 배가 임산부 8개월은 족히 넘어 보였다. 빼빼였는데... 뚱보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내 얼굴 내가 안 보이듯 내려다보지 않으면 내 배가 안 보였다. 그이는 그이 대로 나는 내식대로 서로 뱃살 어쩔 거냐며 감정선을 건드렸다. 거울을 들여다봐도 이 정도의 내 배면 봐 줄만 했다. 마주 보이는 반대편 배가 더 문제였다. 먹는 것은 배 둘레로 다 모이는지 서로 너의 배가 문제이니 줄이라고 줄여야 한다고 난리였다.

옥신각신 말타툼이 이어지니 밖으로 나섰다.


모범을 보이기라도 하는 듯 집 앞에 있는 대학교 주변을 도는 것으로 배 둘레를 줄여보기로 했다. 그 이는 동네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따로국밥으로 다녔다. 뚱보의 뱃살은 변함없음 내 뱃살은 변동 없음 불문율이라도 되는 양 수치의 오르내림 없이 잘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따닝이 엄마, 아빠 두 분 뱃살은 뚱보 균이 원인이었다며 장내 유해균을 줄여야 한다는 거다. 반면 유익균은 매일 꼬박꼬박 챙겨 먹여야 한다는 거다. 그리하여 뚱보 아저씨는 지금 뚱보 균을 줄이는 유익균을 꼬박꼬박 잘 챙겨 드시고 있다.


꾸준히 잘 먹고 있는 뚱보 아저씨께 따닝이 한마디 하는 꼬락서니 좀 보소!

“그 뚱보 균은 아빠를 넘 좋아하나 봐. 떨어져 나갈 생각이 없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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