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 아침밥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었다. 살림남이란 프로그램에 류필립 미나 부부가 친분 있는 팝핀현준과 박애리 부부를 초대하는 장면이 나왔다. 둘 다 연상연하의 부부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두 부부의 다른 점이 화면에서 보였다. 박애리 부부도 보통 사람에서 보기 쉽지 않은데, 미나 부부는 더 특별했다. 미나의 꿀 떨어지는 애교가 얼굴 표정부터 온 몸에서 묻어 나왔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팽현숙, 최양락 부부와 박애리의 표정은 화면 밖의 내 모습과 닮아 있었다. 심지어 무뚝뚝한 말과 행동을 인정하던 팽현숙이 사랑한다는 말을 언제 들어봤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최양락이 받아서 하는 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 그들과 한바탕 웃었고, 우리 집 얘긴 줄 알고 더 크게 웃었다.
가족끼리 뭐 그런 걸 물어보며 살아가냐는 것이다. 미나의 애교를 처음에는 류필립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은 기운 돋게 한다며 자연스럽게 호응하며 받아주고 있었다. 둘이 짝짜꿍 쿵작이 잘 맞았다. 화면 밖 우리들도 온몸이 오그라들긴 했지만, 설레었다. 필립은 늘 환영받고 관심받는 느낌이라 좋을 거 같았다. 박애리 자신의 애교 없음을 알아차리고 한 번 바꿔볼까 고민하는 모습에서 더 이상 보지 못하고 출근했다. 업무 중에도 틈틈이 생각났다. ‘애교를 지금이라도 장착하며 살아야 하나(?)’
점심을 먹고 난 후, 30대 젊은 부부가 롱 패딩 중무장에 모자까지 쓰고 사무실에 들어섰다. 아파트를 알아보러 왔노라 말을 꺼냈다. 아내의 목소리가 통통 튀며 애교가 철철 넘쳤다.
' 오늘이 그런 날인가, 애교 있는 분들 만나기(?)'
지금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고 있고, 영 끌을 해서라도 아파트를 사는 게 맞는 거 같다며 알아보러 온 거였다. 2년 계약갱신 청구권을 쓰고 나면 훌쩍 올라있을 집 걱정이 된다는 거다. 지난봄에 잠시 망설였단다. 몇 달 전보다 지금 아파트 가격이 훨씬 올라있는 상태고 거래는 좀체 이루어지지 않는다. 몇 개 나와 있던 아파트 매물 주인이 이사 가려 알아봤으나, 그 돈으로 살 곳이 없다며 싸악 거둬들여 버렸다.
호가가 엄청 올라 있는 매물만 몇 개 남아 있다. 그거라도 괜찮으니 보여 달라해서 같이 나섰다. 가는 중에 일상의 이야기로 젊은 부부의 투닥거림에도 애정과 애교가 묻어난다.
엘리베이터 안이다. 좁은 공간에서 식사 준비도 반반, 청소도 반반, 빨래도 반반인데, 남편이 안 하고 버틴다는 이야기를 한다. 설거지 싫어 시켜먹고, 세탁기 돌리기 싫어 세탁소에 맡긴다며 남편을 마주 보며 안겨있다. 같이 타신 분이 아내가 학생으로 보인다고 하자, 남편 덕분은 확실히 아니라며 입은 말하는데, 서로 눈 맞춤은 떼지 못하고 있어 옆에서 보기 참 따사롭다.
'나도 변해야지, 애교를 장착해 봐야지!' 생각하며 집에 들어섰다. 현관에 분리수거통이 넘쳐나고 있다. 순간 무언가 확~ 올라온다. 토요일 오전 근무 끝낸 따닝도 온라인 수업하고 있는 아드닝도 토요일 출근 아닌 그이도 있었건만, 누구 하나 버릴 생각을 못한 거란 생각이 들자, 따따부따 따발총이 나갈 태세를 갖췄다. 각자의 방에서 가장 편한 몸 상태를 취하고 있을 그들에게 쏘아붙이려다 우당당탕 구겨 넣으며 분리수거의 각 봉지를 움켜 들고 문을 꽝! 닫는 걸로 따발총을 대신했다. 이것 저것 분리해 넣다보니 콧바람이 들어가서인지 한풀 살짝 꺾였다. 집으로 바로 들어섰다면...
다행히 저녁 준비까지 기다리진 않았다. 눈치껏 주꾸미 볶음으로 시키는 듯했다. 집에 있을 토요일 햇볕 좋은 낮 시간에 이불도 털어 말리고, 분리수거라도 해 주길 바랐다. 집에 있어보면 나가기 싫고, 정리정돈 안 되어도 거슬리지 않고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가끔씩아드닝이 내 주위를 정돈해 주고 난 또 늘어놓기 잘 하니까 뭐라 말할 군번도 못된다.
누가 됐든 밖에서 일하고 온 사람의 맘을 조금만 배려해 준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에 순간 서운함이 있었던거다.
아이들이 어리다면 맘껏 어지르고 놀더라도 엄마나 아빠가 들어올 시간엔 잠시 정리 정돈해 주는. 거기다 애교까지 있어 그걸 받아주는 아량 있는 사람과 산다면 사랑의 샘물은 늘 퐁퐁 샘솟고도 남음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