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라는 말을 써 봤어야 알지'
"여보~~~~~~~~~~~~여보!!!"
“여보~~~~~~~~~~~~~~여보~~~~~~~~~”
점심밥을 먹고 난 쪼꼬미들이 놀이를 하면서 여보를 불러댄다. 여보만 잔뜩 불러놓고 정작 무슨 말을 하나 싶어 귀 기울여보면 뒤에 들려오는 말이 없다. 그런데도 너나없이 여보를 불러대는 거다. 하긴 모방의 신들이라 누구 한 명 새로운 뭔가를 하면 금방 똑같이 하는 따라쟁이들이니까.
옆에서 여보라는 소리만 듣고 있어도 우습다. 네 살 된 쪼꼬미의 입에서 여보란 말이 나올거라 상상이나 했는가 말이다. 다른 일 때문에 웃는 것처럼 깔깔깔 웃는 모양새를 취했다.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였다.
쪼꼬미끼리 주고받는 말로 웃는다는걸 아는 순간 멈칫하거나 놀이의 맥을 끊을까봐 조심하는 거다.
한참 놀이 하던 여보 놀이가 시들해질 즈음, ‘여보’란 말을 알고나 쓰나 싶어 쪼꼬미들한테 물었다.
“K반 친구들~ 놀이할 때 여보~ 여보~ 하는데, 이 말은 누구를 부를 때 하는 말이에요?”
“아이, 선새이임 그것도 몰라요? 엄마가 아빠 부를 때 하는 말이잖아요.”
그것도 몰랐냐는 듯 가르쳐 주듯 시옷이가 대답한다.
“어머, 그랬구나... 선생님은 몰랐~어요,”
“선생님이 그것도 몰라요?”
울 반 똑순이 시옷이가 바로 반문한다.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선생님도 모르는 것이 있다니 놀라운 사실인거다. 자기들도 다 알고 있는 것을.
‘얘들아, 내가 언제 여보라는 말을 써 봤어야 알지.’
마음속으로 답했다.
“K반 친구들~ 엄마가 아빠 부를 때 다른 친구들도 모두 여보라고 불러요?”
여기저기 집집마다 부르는 호칭이 각양각색으로 튀어나온다.
엄마가 아빠한테 아빠도 엄마한테 둘이 서로 여보라고 부른다는 기역이는 할머니께는 엄마도 아빠도 어머니~라고 부른단다.
자기가 아빠라고 부르는데, 엄마도 아빠를 아빠~ 라고 불러 이상해 하는 니은이.
엄마가 아빠를 부를 때는 여보~ 부르는데, 아빠는 엄마한테 뭐라고 불렀는지 고개 갸웃뚱 하는 디귿이.
가늘디가는 목소리에 유난히 쪼만한 입에서 속삭이는 표정 보이며 엄마는 아빠한테 자기야~ 하는데, 아빠는 엄마한테 지연아~ 부른다는 리을이.
이 친구 저 친구 말하니까 기다렸다는 듯 씩씩한 목소리로 우리 엄마도 아빠한테 여보~ 부른다는 미음이.
아빠가 다 큰 엄마한테 애기야 불러서 우스워 죽겠다는 듯 까르르 거리며 언제는 미란아~ 부를 때도 있단다. 그런데, 비읍이 아빤데, 엄마는 자꾸 짱구아빠~라고 부른다는 비읍이.
우리 아빠는 엄마한테 마눌하고 부르는데, 엄마는 아빠한테 신랑~부르고, 고모한테는 아가씨~, 서초동 수연이 할머니한테 엄마라고 부른다며 가족사를 아주 소상하게 설명해주는 시옷이.
우리 엄마도 아빠한테 여보~하고 말한다며 자기 차례가 되어 꼭 말해야 할 거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이응이.
엄마는 아빠한테 황준상 부르는데, 아빠는 엄마한테 누나~ 부른다며 알고 웃는 것인지 씨익 웃음 짓는 지읒이.
엄마는 아빠한테 여보~ 부르는데, 아빠는 엄마한테 유미야~ 할머니께는 엄마도 아빠도 어머니라고 부른다는 치읓이.
키읔이와 티읕이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 동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피읖이 히읗이는 몇 번을 묻고 그 때마다 답을 들었다. 내가 알아듣지 못했을 뿐.
네 살배기 쪼꼬미를 통해 듣게 된 엄마랑 아빠가 서로를 부르는 호칭.
얘기를 듣노라면
어려서 아직 쪼만해서 모를 거야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보고 듣는 것을 예사롭게 보지 않고 다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저렇게 다양하게 불리는 호칭이 있음에도 놀이할 때 여보 여보 부르는 걸 보면
여러 호칭 중 가장 달달하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아이들은 바로 어른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친구들의 이야기 듣고 생각하며 한 뼘 더 자랐을 울 쪼꼬미들.
너희들로 인해 나도 한 뼘 쑤욱 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