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데, 되쓰는 힘

감동, 감격

by 서비휘

아침 일찍 쪼꼬미들 깨워 보내기 쉽지 않은 계절 겨울이다. 막상 원에 오면 잘 지내는데, 준비해서 나오기까지 힘들다. 두 눈도 못 뜬 쪼꼬미를 담요에 싸서 들쳐 안고 뛰어온다거나 유모차에 태워 나올 때. 잠에서 덜 깬 아이를 셔틀버스에 올려주고 내려가시는 모습을 볼 때면 안쓰럽고 안타까움이 전해진다.


푹 재우고 일어날 시간 깨워 나오고 싶은데, 엄마도 출근을 하거나 또 다른 바쁜 일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모습 가만히 보던 7세 반 녀석들 남일 아니라는 듯

“K반 선생님, 우리도 겨울잠 자고 싶어요. 그런데, 엄마가 마구 마구 깨워요.”

따뜻한 이불속에서 나오기 싫다며 투정 부리듯 얘기하고 있다.

“얘들아, 나도 그래. 따뜻한 이불속이 넘 좋아.” 맞장구쳐 주고 대화될 만큼 마이 컸다.

자고 싶을 만큼 더 자게 내버려 두고 싶지만, 살면서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 없잖아. 하기 싫어도 꼭 해야 하는 일도 많으니까. 그 근력을 어려서부터 키워나갈 수 있게 우리 부모 나 어른들이 도움 주면 좋잖아. 자라는 동안 좋은 습관 들이는 건 중요할 테다. 힘들게 일어나서 나온 만큼 쪼꼬미들과 더 알찬 시간 만들어야지 생각하게 된다.


쪼꼬미들과 아빠랑 함께 하는 시간을 원에서 가질 거라고 했다. 엄마, 아빠가 동시에 떠오르자

“우리 엄마, 아빠는 맨날 싸워요.”

누군가 의식의 흐름대로 얘기를 꺼내 주면, 누구 한 명 뒤질세라 고해성사하듯 입을 모아 말한다.

너도나도 우리 엄마, 아빠도 맨날 싸운다고.

‘으이구, 이 녀석들 엄마, 아빠 싸움의 원인 제공은 너희들일 때가 많아.’

상담전화하다 보면 독박 육아로 인한 에너지 바닥의 이유가 대부분이다. 싸움은 나쁜 건데, 엄마, 아빠는 매일 한다면서 할 말이 안 끝난다.

“얘들아, 너희들도 내 생각과 다른 친구들과 싸워 화나고 울다가 다시 친해지기도 하잖아. 엄마, 아빠도 자기 생각과 다른 일이 있을 땐 싸우고 화해하고 다시 친해지는 거야. 어른이라고 싸움 안 하고 살고 그러지 않아. 아마 너희들보다 엄마, 아빠가 더 많이 싸울 걸.”

자기들이 싸우고, 울고불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줄 안다. 다 큰 어른들이 싸우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쪼만한 너희들이 이해불가인 것을 내 어찌 이해시킬 수 있으리오!’


그리하여 살면서 가족끼리 크고 작은 서운함으로 뒤틀려 있는 마음을 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될까 마련된 시간이었다. 훈훈한 가족애를 느낀다면 더없이 좋을 시간.

평소 아이와 엄마랑 많은 시간을 가졌으니 이번엔 퇴근한 아빠랑 아이만 저녁시간 원에 오게 하였다.

쪼꼬미들은 형님반 선생님과 집에서 파티할 케잌을 만들고, 아빠들끼리 모인 교실에선 레몬차도 만들고 담임 선생님께 궁금한 점도 여쭤보는 시간. 행사 제일 큰 이벤트는 아내와 아이에게 손으로 쓰는 편지 시간을 가졌다.

일에 치이고 바빠 그냥 무심했던 시간을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온전히 아내를 아이를 집중해서 떠올려 볼 수 있게 촛불도 켜 드리고 잔잔한 음악도 틀어드렸다.

편지 받고 감동받을 가족을 떠올리며 집중해서 펜으로 맘을 전하는 그 모습이 얼마나 진지하던지... 나중 쪼꼬미 엄마들과 상담 전화하며 들어보니 애기 놓고 첨 받아보는 손편지가 대부분이었고, 그걸 읽는데 눈물이 났다고 했다.

‘아! 감동 감격 우린 또 그 힘을 받아 열심히 사는데, 되쓰고.'



쪼꼬미들이 매주 발표할 때 사용하던 그 모형 마이크를 돌아가며 들고 아빠들이 궁금해하며 물었던 질문들. 먼저 키워봤던 경험을 보태어 답을 드렸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기역이 아빠: 첫째는 말이 별로 없어 이쁜지 모르고 키웠어요, 둘째는 말도 곧잘 해오고 애교도 많아서요,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쁜지 모른답니다. 그냥 사랑 듬뿍 주면서 키우고 있습니다.


*K반 선생님 : 기역이 아버님 말씀하시기 전 지읒이 아버님께서 첫째에게 애정과 사랑을 더 많이 주는데도 사랑이 부족한지 아무도 안 볼 때면 둘째에게 해코지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하셨어요. 기역이 아버님 얘기처럼 둘째들은 잘하고 못하고 떠나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커가는 거 같아요. 몰라서 더더 책임과 의무감으로 키운 큰 아이가 그걸 느끼는 거죠. 내게 올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도 내게는 엄마, 아빠의 저런 표정을 본 적이 없어서 태어난 동생이 얄미운 거죠. 지읒이 처럼 몰래몰래 겉으로 내보이는 친구들도 있고요, 기역이처럼 과묵한 성격이라 서운해도 자기감정을 잘 드러내 보이지 않는 아이들도 있어요. 하지만 큰아이가 작은 아이에게 느끼는 질투 같은 감정은 어느 집이나 비슷한 거 같습니다. 부모님의 내리사랑이 한몫하는 거지요. 큰 아이가 느끼는 동생이 미운 감정은 독차지하던 사랑을 빼앗겼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고, 자기도 모르게 올라오는 복합적인 감정일 테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큰 아이의 마음을 좀 더 헤아려주면 좋을 거 같습니다.


*디귿이 아빠 : 카페 활동 사진을 들여다보며 아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친구들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활동사진 속에 없으면 왜 없는지 물어보기도 하며 얘깃거리를 만들고 있어요.


*K반 선생님 : 디귿 이를 좋아하는 우리 반 여자 친구들이 많은데요, 왜 디귿 이를 좋아할까 생각해 봤어요. 착하고 매너 있고, 배려하는 많음을 볼 수 있었답니다. 가끔씩 견학을 다녀올 때 친구들이 버스에서 먼저 내리게 살짝 비켜선다든지, 교실에서 친구들과 놀 때도 자기주장을 끝까지 펼치기보다 잘 맞춰주며 놀이하는 모습이 몸에 배어 있어요. 그런 모습을 여자 친구들이 좋아하는 거 같아요.

여자 친구들한테 인기 많은 디귿이가 누군지 교실에 붙은 사진으로 알려 달라졌다. 손가락으로 짚어드리니 아버님들 이구동성으로 “잘~ 생겼네.” 하셨다.

‘아이쿠, 이 쪼꼬미들 두 눈 달렸다고 인물도 봤구먼.’


*리을이 아버님 : 큰 아이를 키울 때는 이것저것 많이 시키는 것만이 최고로 잘 키우는 것인 줄 알고 별거를 다해봤는데요, 둘째에겐 그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서 많은 사랑 주면서 키우고 싶습니다.


*K반 선생님 : 뭐든 경험해 보시고 얻은 결론에는 더 이상드릴 말씀이 없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부모님들은 뒤에서 너희들이 어떤 일을 하든 항상 믿고 지지한다. 무슨 일을 해내든 네가 하는 일이 최고라고. 무한신뢰 이런 거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미음이 아빠 : 마음이는 미음이 오빠랑 남매를 키우고 있는데요, 이다음 우리들이 죽고 나면 가족은 달랑 둘일 텐데, 오랫동안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K반 선생님 : 부모라면 누구나 바라는 일 중에 하나일 겁니다. 각자 마음가짐도 중요할 테고, 새로운 식구로 들어오는 사람과 받아들이는 사람 모두가 중요하게 작용할 거 같습니다.


*시옷이 아빠 :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하고 좋습니다. 시옷이랑 매일 안고 뽀뽀도 잘해주는 지금 참 좋은데요, 좀 더 커지면 여러 가지 이유로 멀어지고 싫어하게 될까 봐 그게 살짝 걱정이 된답니다.


*K반 선생님 : 들으면서 가슴이 찡~ 했어요. 지금의 행복한 모습이 말씀만으로 그림이 그려졌고요, 앞으로 시옷이도 커가면서 좋은 사람이 생길 겁니다. 아빠가 그러셨던 것처럼 잠깐 서운한 감정은 있으시겠죠. 아빠보다 좋아하는 그 사람한테 잘해주고 더 집중하는 걸 원하시잖아요.


*치읒이 : 치읒이가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는데요, 누구를 때렸다는 이야기를 한다거나 누구한테 맞았다고 이야기를 하면 마음 좀 그렇습니다.


*K반 선생님 : 대부분 사이좋게 잘 놀고요, 그 날 그 날에 따라서 주황색만 파랑색만 고집하며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무작정 내놓으라고 할 때 옥신각신 실랑이가 벌어지지요. 주거니 받거니 얘기 들어보고 그 상황에 충분히 생각할 수 있게 도움 주고 있답니다.


아직 얘기 못한 아버님들 여럿 계셨는데, 옆 교실에서 케이크 만들기 끝낸 쪼꼬미들 우르르 몰려오는 바람에 안타깝게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못했다.

늦은 시간 아빠랑 원에 함께 왔다는 사실 만으로 엄청 신난 울 쪼꼬미들 방방이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삶이란 사랑이란 가족이란 매일 싸우고 돌아서서 후회하고 또 싸우고 그러면서 맞지 않는 거 하나하나 맞춰가며 감동 주고받고. 맞출 게 아직 많은 우리 가족도 싸움은 계속 진행 중.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산타할아버지께 엄마, 아빠가 받고 싶은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