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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an 08. 2021

    나의 특별한  기쁨  소소한  즐거움

문 밖에 나가지 않아도 바람의 세기를 가늠할 수 있다. 문 틈으로 들어오는 찬기로 온 몸이 덜덜덜 떨리는 흔들림의 강도로. 바람의 세기나 방향을 알고 싶을 땐 뒷 발코니를 내다본다.

남서, 남동, 북서풍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다. 멀리 보이는 거대한 굴뚝의 연기로 한눈에 알아보는 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 있어 변화가 있는 공간을 보여준다. 하늘의 구름도 굴뚝의 연기도 나뭇가지의 흔들림도 내 머리칼의 쑥대머리도 바람의 힘으로 뒤흔들어 놓는 거다.


이른 저녁 발코니 창을 열었을 땐 싸한 찬바람에 콧물 고드름이 맺힐 정도로 차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살얼음의 창공을 나는 까치의 날갯짓에 겸허해졌다. 부지런히 움직인 날갯짓만큼 먹이 꼬옥 물고 갔으면.    

바람이 들어올 구멍을 찾았더니 오래된 아파트라 샷시 상태가 좋지 않다. 평소엔 정남향 꼭대기 층의 한 층 아래라 하늘이 바로 보이고 태양열을 자동 설치한 듯 포근하다. 영하를 오르내려도 보일러를 틀지 않는 건 정남향과 하늘이 잘 보이는 집 혜택 중의 하나였다.     


낮 시간 집에 거의 없으니 밤 잠잘 때 온수 매트 방방이 틀면 되고, 쉬는 날인 일요일엔 썰렁하다 싶으면 조끼하나 껴입으면 된다. 난방비 절약되고 보일러 틀면 건조함 때문에 코막힘 걱정 안 해도 된다. 자연 채광 열로 지낼 수 있는 여건이 좋다. 넓은 거실 창으로 들어오는 겨울 햇살의 훈기로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건 행운의 집에 가깝다.  

   

내일 저녁부턴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니 그땐 햇살로 될까.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 겨울나기 집이 떠오른다. 동남향의 집이었다. 기초설계 문제였는지 정말 추웠다. 발코니 물 사용하지 말라는 수칙 어긴 세대로 차 오른 물이 얼어붙어 발코니 빙판장이 만들어졌다.  어린 꼬마라도 있었으면 미끄럼 탄다고 했겠지. 그 집에선 사람 살 곳이 못된다며 이사를 했다.


집값이 이리 오를 줄 알았다면 춥든 말든 누룽지마냥 눌러 붙었어야 했거늘. 여우의 신포도가 된 그 집 올해같이 추운 날 발코니가 또 얼어붙었을까.   

  

올 겨울 따닝 졸라 사 달라한 의자 위에 얹은 엉따 방석이 얼어붙은 내 맘을 따땃이 녹여준다.


 퇴근한 뒤 엉따 방석에 앉아 컴퓨터 키보드를 두들기며 쓴 글을 누군가 읽어주고 조회수가 오르는 만큼 맘 온도도 같이 오르는 소소한 기쁨이 있어 즐겁고 좋다.

   

내면의 성장과 스스로의 도약을 위한 발돋움인 글을 쓰는 이 시간 나의 즐거움인 특별 기쁨의 시간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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