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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Oct 15. 2021

풍선과 함께 춤을!

내 안에 '지중해' 있다

흐르는 바람결에 눈부신 하늘, 소리없는 구름위로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힘찬 새들의 날갯짓에.

꼭 안아 주세요. 꼭 안아 주세요. 알수없는 그 두근거림이 사람과 사람을 잇네.


여우별쉐어 스튜디오에 재즈가 흐른다. 나의 애마 스파크가 내게 온 날, 우리 가족은 시승식을 겸하여 인천까지 강허달림 재즈콘서트에 간 적이 있었다. 중.고생이었던 아이들은 이름도 생소한 재즈 가수가 ‘꼭 안아 주세요. 꼭 안아주세요.’라며 나른하게 읍조리는 것에 재미를 느꼈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꼭 안아주세요. 안아줘요. 안아줘요.’하며 장난 치듯 가수의 흉내를 냈었다. 


나는 꽤 익숙해진 재즈 곡에 내 몸을 실었다. 공기중에 수많은 풍선이 떠다닌다는 가정하에 온몸을 사용해서 그 풍선들을 톡톡 밀어낸다. 나는 나의 모든 감각과 관절과 미세한 세포들을 이용하여 풍선을 밀어 낸다. 손끝에 닿은 풍선을, 팔, 다리, 얼굴, 가슴, 어깨에 닿은 풍선을 터지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면 마치 내가 물속을 유영 하는 듯한 동작을 하게 된다.


나는 물속에서 춤을 추는 나를 상상한다. 물의 흐름에 나를 맡기고 팔다리를 저어 떠다닌다. 팔을 움직이고 다리를 움직여 하나의 동작을 만들어 낸다. 두 눈을 질끈 감고 꿈틀꿈틀 흐느적흐느적. 애라 모르겠다. 나를 무아지경속으로 떨어뜨린다. 풍선은 노랫말처럼 꼭안아서는 안될 것이다. 사뭇 아기를 다루듯 부드럽게 감싸 안아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지듯 미세한 따사로움이 있어야 한다.


나는 이번 무용제 중 3일간의 공연 관람 만 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고양안무가협회 사무장이 내게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무용제 5일간의 여정 중 하루를 부대행사로 워크숍을 진행하는데 무용 전공자들이 참여하는 오전에는 인원이 충원이 되었지만 일반인들의 참여로 진행되는 오후에는 참여자가 저조 하다는 것이다. 워크숍은 무용을 직접 경험해보는 프로그램이라 했다. 일반인이 춤 동작을 배우기란 두려움과 어색함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그런 마음이 듯.


그러나 나는 일반 참가자가 없어 난감해하는 사무장의 사정을 무시할 수 없었다. 내가 주변에 소문을 좀 내 보겠다고 했다. 그 중 나미정(가명)에게도 연락을 했다. 나미정은 꽤 오랜동안 에어로빅을 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에어로빅 동아리에 소문을 좀 내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톡을 보냈다. 그러나 나미정은 에어로빅을 그만둔 지 꽤 오래 되었고 그들과도 연락을 하지 않고 있으니 나하고 둘이서 가자고 답톡을 해 왔다.


‘나는 몸치와 박치에다 유연성도 제로인데….’

‘나도 그래. 그냥 우리 둘이 같이 가자. 오랜만에 얼굴도 볼겸.’


나는 나미정을 지난 여름 이후로 얼굴을 본지 꽤 오래 되기도 했고 그동안 냉담기로 지내고 있던 상황이라 거절하지 못하고 승락을 해버렸다. 그렇게 하여 나는 낯설어진 나미정과 낯선 여우별쉐어 스튜디오에서 낯선 춤을 난생 처음 추게 된 것이다. 


강사는 장은정 안무가다. 나는 나혼자 춤 동작을 따라하지 못하면 어떡할까,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러나 장은정 안무가는 나처럼 무용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라며 반색했다.


수업의 첫 시작은 바닥에 편안하게 누워 깊숙한 호흡으로 나의 내면을 느끼고 바라보는 것이었다. 숨을 가슴까지 힘껏 들어 마신 후 잠시 호흡을 멈췄다가 배꼽이 땅에 닿을 만큼 숨을 깊게 뱉어야 한다. 그렇게 5분을 호흡하니 한결 고요하고 편안해졌다.

이내 요가와 같은 동작으로 스트레칭을 했다. 평소 하지 않던 동작을 하자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도 있었다. 몸의 통증만큼 시원하고 개운해 졌다. 참 희안하기도 하지. 아픔과 치료가 같은 편이라니. 아픔을 겪고나니 몸이 더 시원해졌다. 너무도 슬퍼서 울고나면 좀 나아지는 것처럼.


두번째 시간이 되었다. 풍선을 불었다. 나는 내 양껏 크게 부풀어 오를때까지 불었다. 언제 멈춰야 할지 몰라 계속 불었다. 


‘어! 이렇게 계속 불다가는 풍선이 터져버리겠는데?’


다행히도 나는 내가 멈춰야 할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풍선을 힐끗 보니 내 풍선이 가장 컸다. 조금만 더 불었다면 터져버렸을지도 모른다. 너무 큰 내풍선이 민망해서 바람을 조금 뺄가도 생각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힘껏 분 모습 그대로의 풍선이 맘에 들었다. 이또한 내 모습인데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며 수정하기 싫었다. 그렇게 구사일생 된 풍선의 역할은 따로 있었다. 우리는 각자가 분 풍선을 손바닥으로 살살 잡아 자신의 몸에 둥글려 몸의 움직임을 유도해야 했다. 내풍선은 너무 크게 팽창해서 마치 뻣뻣한 내 몸처럼 굳어 있었다. 너무 힘이 들어가 경직된 풍선으로는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동작을 만들기엔 조금 힘이 들었다. 


‘멈춰야 할 때를 알아야 했어.’


풍선이 닿은 부위를 움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몸이 파도처럼 출렁였다. 이것이 바로 웨이브라는 춤동작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우리는 짝을 이루어 서로의 몸에 풍선을 둥글렸다. 그리고 풍선이 지나가는 신체 부위를 꿈틀꿈틀 움직였다. 많이 어색한 그루브한 동작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풍선을 내려놓고 스튜디오 안에 풍선이 가득찼다는 상상하에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풍선을 툭툭 건드렸다. 이렇게 저렇게 톡톡. 머리에 닿은 풍선도 다리에 닿은 풍선도 사랑하는 사람과 실랑이 하듯 온몸의 피부와 세포를 사용하여 부드럽게 톡톡 건드렸다. 그러니 내몸이 물결처럼 일렁일렁댔다. 나는 물결처럼 흐른다. 고요한 바다가 일렁이는 것처럼 팔과 다리를 움직인다. 나는 물이 되어 내 몸에 닿는 공기중의 수많은 풍선들을 온몸으로 느끼며 흐른다.


인간의 몸은 본래 액체로 이루진것이라 한다. 70프로 이상이 액체로 되어있다. 붉은 피와 이온음료같은 미적지근한 맛의 진액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의 몸이 유연하고 둥글둥글 매끈한 것은 인간의 몸이 변형되기 쉬운 액체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은정 강사는 우리가 춤을 추고 싶다면 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게 놓아두면 된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내가 물이 된 듯 출렁이니 춤이 되었다. 나의 동작이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다. 참으로 신기했다. 내 몸에 힘을 빼고 흐르게 두기만 해도 아름다운 춤이 될 수 있다니. 


내가 처음 이 수업을 두려워했던 이유가 있다. 어떤 규정된 동작을 박치와 몸치인 내가 따라해야 하는 두려움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 내가 배운 춤은 어떤 형식과 틀에 맞춘 동작이 아니었다. 나를 흐르는데로 내버려 두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충분히 아름다운 춤이 될 수 있다는 것,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팔, 다리를 움직이는 자연스러운 모든 것과 내 몸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물이라는 본분을 잊고 살았던 그동안의 내가 자연스러운 춤을 추지 못하고 얼마나 경직되어 살았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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