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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Mar 29. 2024

장애아동 특수치료사 이야기

세상을 구원하는 사람들

장애아동 특수치료사라는 직업이 있다. 주로 신체 장애 치료를 위한 물리와 도수 치료를 비롯, 정신 장애 치료를 위한 언어, 인지, 작업, 감각, 미술, 음악, 놀이 치료 등이 있다. 이 치료는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일반 치료센터와 재활병원에서 이루어진다. 재활병원은 일반 치료센터와 달리 도수와 물리치료 등 신체적 결함을 치료하는 곳으로 실비보험이 적용된다. 그나마 환자 가족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  보험의 순기능을 보는 것 같아 안심이 되기도 하고 기쁜 마음이다. 다만 보험기준에 부합되는 환자에 한해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보통 정신발달장애자는 지원이 어렵고 신체발달장애의 병명이 있는 환자가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J는 차지증후군(charge syndrome)으로 전문 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수치료(물 속에서 치료하는 물리치료)를 기본으로 언어, 인지, 감각, 작업, 미술, 물리 등 다양한 치료를 받고 있다. 매일 정해진 커리큘럼대로 정기적인 치료를 반복해서 받게 된다. 그래서 나의 주요 업무는 J가 이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 동행해서 활동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평균 하루 4~6시간까지 병원에서 머물게 된다. 치료라고 하지만 이 아이들에겐 병원치료가 곧 교육이다. 이 곳에선 인지력을 끌어올려 일상생활 자립을 위한 모든 것을 치료하고 교육한다. 걷기, 손 힘 기르기, 먹기, 규칙 배우기, 감정 컨트롤하기, 한글까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깨우쳐 주고 가르쳐 준다.

이 병원에서 J와 함께 한지 벌써 만 2년이 넘었다. 1학년때 부터 시작을 해서 3학년이 되었다. 처음 J는 이곳에서의 치료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 달 정도를 매일 울었다. 치료사 선생님도 나도 우리는 매일 J를 안아주고 업어서 다독였다. 정신적 안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J는 안정이 되었고 울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본격적인 치료를 할 수 있었고 지금은 제법 언어 이해력도 좋아졌고 양말도 신발도 올바르게 잘 신을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 겉옷도 곧잘 입고 지퍼도 잠글 수 있게 되었고 감정 컨트롤도 나아졌다. 요즘은 혼자 식사하기, 언어 소통과 인지력 끌어올리기에 주력하여 학습하고 있다. 올해의 J와 나의 목표는 옷 앞뒤 구분하여 혼자 입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J와 함께 하는 동안 많은 특수치료사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잘 알게 되었다. 장애아동 특수치료사라는 직업은 인체학 부터 발달장애 아동심리학까지 발달장애 아동을 이해하는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치료라고 하지만 때론 부모의 마음이 될 수 있고 때론 엄한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 나는 이들을 매일 마주하며 매일 감동 한다. 부단한 노력으로 학위를 받고 현장에서 일을 하는 그들이 참 고맙고 또 고마웠다. 내 아이를 치료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감정이 밀려오는지 내 스스로에 놀라기도 했다.

이 직업은 전문적인 학문과 돌봄 노동이 만난 일이다. 아이를 안아주고 업어주는 것은 기본으로 그들의 팔목은 늘빨간 신호이다. 이렇게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모든 방법과 전문성을 동원해서 치료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을 하는 치료사 선생님들은 대부분 젊은 연령대 분들이다. 그 만큼 이 일은 젊고 건강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고도의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다.

나는 자식 같은 마음으로, 또 같은 돌봄 노동자의 입장에서 치료사 선생님들을 바라봤던 것 같다. 어린 선생님들이 케어하기 힘든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 가며 치료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기특해 보였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그들의 마음 됨됨이와 용기가 예뻐 보였다. 돌봄 현장에서 젊은 피를 발견했다는 기쁨도 있었던 것 같다. 오죽하면 어쩌면 그들이 세상을 구원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치료사 선생님이 아프거나 아이들 부모들에게 좋지 않은 소리를 들으면 내 일처럼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그들의 편에서 말을 하게 되곤 했다. 매일 매일 장시간 아이들을 때론 돌보기도하고 놀아주며 치료를 해야 하는 그들의 노고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육체의 피로감과 함께 정신의 피로감도 만만치 않은 일이 아픈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 아니던가. 최근에도 한 여선생님이 온몸에 염증 수치가 높아서 입원치료를 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발목 손목 다치시는 분들은 왜그리도 많은지…. 하루종일 아이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치료하는 일의 무게란…. 육체 노동과 정신 노동이 단단히 결합된 일을 단단한 마음으로 해내는 우리의 선생님들….

나는 괜히 그들이 힘들어 하지는 않는지 저절로 살피게 된다. 다행히도 아침 8시 반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빽빽한 시간표에도 힘들어하는 내색 없이 밝은 얼굴들이다. 그러나 사실 이 직업의 근무 조건은 생각만큼 좋지 않다고 들었다. 치료사 선생님들이 노력한 만큼 보답하는 우리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을 돌보는 일이 곧 세상을 구하는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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