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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Dec 02. 2020

최인훈 광장 60주년 , 포용의 시대를 준비하다!

광장과 나 그리고 우리 / 2020. 12.1. 업로드 기사



지난 26일, 고양의 이웃, 최인훈의 <광장> 발표 60주년을 추모하기 위한 기념 토크콘서트가 자발적 시민들의 참여로 코로나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가운데 고양시 호수공원 내에 위치한 플라워 북 카페에서 열렸습니다. 토크쇼는 ‘광장과 나 그리고 우리’라는 주제로 광장과 우리의 연결성을 생각해 보고 앞으로 우리에게 선물로 다가올 ‘최인훈 기념 도서관’을 민주적인 열린 공간으로 짓는 상상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최인훈 작가는 누구인가요?


최인훈(1934~2018)은 함경북도 회령 출신으로 1950년 월남한 북한 작가입니다. 1959년 『자유문학』에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려울전」을 발표하여 등단하였고 1960년 11월, 남북의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한 그의 대표작 「광장」을 새벽에 발표했습니다. 이후 「회색인」 「총독의 소리」 「서유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등 많은 소설을 발표했고 각소설마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새로운 형식과 자아와 현실에 대한 성찰이 깊은 문학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후 오랫동안 소설 창작을 중지하고 희곡 창작에 전념하였습니다. 1994년에는 자기 존재의 실존적 의미를 탐구한 자전적인 장편소설 <화두>를 발표하여 이산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는 실험적 소설을 통해 대한민국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시대를 앞선 다양한 서사적 장치와 모더니즘의 실험 방식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소설뿐 아니라 희곡, 평론과 에세이를 써낸 우리 시대의 최고의 문학인입니다.




최인훈 작가는 고양시 화정에서 20여 년을 살았던 우리의 이웃이며, 남북 두 체제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비판하고 남북 이념의 통합을 원했던 분단문학의 상징입니다. 또한 작가의 문학이 지향하는 시선과 생태적 배경이 평화·미래라는 슬로건을 핵심가치로 여기는 고양시의 지향점과 상통한다는 점에서 고양시를 가장 잘 상징할 수 있는 사람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 도서관을 가장 많이 등장시킨 작가라는 평을 들을 만큼 도서관을 사랑했습니다. 그의 여생을 다해 추구했던 사유의 자유로움과 이념의 통합을 이루고자 품었던 그의 가치 세계, 이 시대의 다양성을 흡수할 수 있는 민주적인 도서관 설립이야말로 최인훈의 사상을 이을 수 있는 가장 신성한 우리의 행동일 것입니다.


행사에 앞서 헬로 유기농의 잔잔한 음악으로 무대의 서막을 열었고 염무웅 문학평론가(한국문학관장)의 영상 메시지로 광장 60주년을 회고하였습니다.


염무웅 평론가는 광장은 처음으로 남북의 현실을 냉정하게 균형 잡힌 눈으로 비판했고 한반도 전체를 하나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젊은이의 눈으로 바라볼 때는 일종의 성장 소설, 교양 소설일 수 있는 작품으로 이명준이 청춘의 덫을, 함정을 넘어서서 어떻게 인간적으로 성장하고 분단의 결에 부딪쳐서 좌절해 가는 가가 감동적으로 묘사되어있습니다.”라고 전하며 “최인훈 ‘광장’은 나로 하여금 평론가로 문단에 등장할 수 있게 해 준 중요한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회고했습니다.




이어 최인훈 작가가 책에 직접 그은 ‘최인훈의 밑줄’을 기념도서관 추진위원들이 릴레이 낭독한 영상을 상영하였습니다. 낭독자들이 문장 하나하나를 침잠하게 눌러 읽어 갈 때마다 분단된 한반도의 비극에서 전가된 작가의 아픔이 배어 나오는 듯했습니다.



최인훈 작가의 밑줄 문장


-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었다.

-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 시대와 국경의 벽을 넘어 조금이라도 더 인간적인 사회를.

- 생존 전쟁이라는 없어도 될 악마.

- 인간의 본성이 탐욕적이라는 사실과 그것을 사회가 전담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

- 삶에는 의미가 없다는 명백한 사실 때문에라도.

- 이 세계에서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 나의 또 다른 아들이여 생각해야 할 것을 생각하므로 그대들의 존재가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가.

- 8.15 해방에 걸었던 민중의 기대가 어떤 사람들에게 무슨 구실 밑에 배반되었던가.

- 일제하에 민족적 어떤 목적이 있는 사람일수록 히스테리컬 하게 반민족이 되고.

- 일제하에 범죄의 친일행위는 열등의식으로 작용, 경제, 사회, 문화적인 내용까지 반민주적, 외세 의존적, 전 근대적인 것으로 만들어 갔다.

- 인간은 끝내 노예일 수 없고 끝내 인간일 수밖에 없다.

- 인간은 사람과 정의 진리와 연대성을 향한 치열한 정열을 지니고 있다.

- 친구여, 나를 아는 모든 , 나를 모르는 모든 여, 위축과 좌절을 떨쳐버리고 일어서게.




2부에서는 대화고등학교 송원석 사회교사의 사회로 ‘광장과 나 그리고 우리–밀실에서 광장으로’의 주제로 참여자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광장은 나에게 000이었다.’와 ‘광장은 이 시대와 어떻게 연결되는가?’의 질문으로 참여자들의 사유를 이끌어냈습니다.


참여자들은 ‘광장’을 교과서, 술자리(술자리는 중립국이다), 동시성(광장은 대중의 밀실일 수 있고 밀실이 개인의 광장일 수 있다), 다양성, 좁은문, 광화문 등의 다양한 목소리로 정의했으며 ‘밀실’에서의 각자의 생각들이 우리의 ‘광장’에 모이는 경이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또한 광장은 열린 광장, 소통의 자리, 자유, 시대의 과제, 다름을 보는 시각, 비폭력, 촛불 시위, 신문고, 민족의 아픔, BTS 세대 공감, 여전함, 중립국, 이타심 등으로 우리 시대와 연결되어 여전히 풀지 못한 시대적 과제를 이행해야 할 공간으로 남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모아졌습니다.



3부에서는 김경윤 대표의 사회로 진행되었는데요, 몇몇 시민 참가자들이 ‘광장’을 읽으며 밑줄을 그은 부분을 낭독하여 최인훈 작가의 시대를 관통하는 사유를 함께 나누어 보았습니다. 한 독자의 밑줄 문장 낭독입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 됐다. 내 이름도 물리고 싶다. 수 억 마리 사람 중에 이름 없는 한 마리면 된다. 나에게 한 뼘의 광장과 한 마리의 벗을 달라. 이 한 뼘의 광장에 들어설 땐 어느 누구도 나에게도 그만한 아는 체를 하고 허락을 받고 나서 움직이도록 하라. 내 허락 없이 그 한 마리의 동조자를 끌어가지 말라는 것이었지. 그런데 그 일이 그토록 어려웠던 가.”


광장의 독자는 “우리 각자가 밀실에서 행복하다면 그 행복이 광장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대의 행복을 갈망하는 간절함을 담았습니다.




이어 행사의 주 의의인 “최인훈 기념도서관” 상상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았는데요, 참가자들에게 최인훈 기념 도서관이 어떤 모습으로 탄생되면 좋겠는지를 ▲현실적인 ▲흥미진진한 ▲획기적인’ 3가지 방향으로 나누어 질문하였습니다.



현실적인은 ▲마당이 있는 토론의 광장 ▲문학과 학문연구를 위한 곳 ▲최인훈에게 전하는 편지 쓰기 ▲위치는 근접이 용이한 곳에 ▲난민, 성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등 다양성이 있는 도서관 ▲밀실과 광장을 한 공간에 ▲분단문학 중심 도서관 ▲도서관 설립 위해서는 10만 시민 모으기가 먼저 ▲세대별 생각 모으기 등의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흥미진진은 ▲폴딩도어 만들어 광장으로 활용하기 ▲재활용을 활용한 아트플레이룸 등 놀이가 있는 공간 ▲북한식 가옥형태로 설계 등 기발한 생각들이 이어졌고,


획기적인은 ▲생각 프리존, 성공 프리존, 비교·비난 프리존 등 사색의 공간 ▲젊은 문학도를 위한 자유로운 공간 ▲최인훈을 홀로그램으로 경험해보기 ▲올림픽스포츠센터의 역사적 공간 활용하기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소란한 공간 ▲나라, 인종, 소수자를 통합하는 열린 공간 등의 다양한 상상들이 열렸습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최인훈 유가족 최윤구(아들)분은 "나의 아버지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광장을 더 이상 고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는 말과 최인훈 작가의 어느 명사 인터뷰의 일화를 전해주었습니다.



어느 기자가 요즘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없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최인훈 작가는 "없습니다. 다만 그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싶습니다. 나는 내 자리에서 나의 이야기를 해왔고 젊은이들은 그들의 자리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니 서로 힘냅시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김경윤 공동대표는 “정치, 문학, 공공분야에서 최인훈 작가의 가치를 높이 사고 있어 도서관 설립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만 사회 통합을 염원한 최인훈 작가의 정신을 되살려 기억의 기념관보다는 최인훈처럼 활동할 수 있는 민주적인 도서관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발적 시민의 힘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도서관 설립 추진운동을 시민운동으로 확장하여 100인의 발기인대회를 추진할 계획입니다.”라며 “추진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토론을 해왔지만 오늘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시민 여러분들의 상상력을 발휘한 지속적인 관심을 바랍니다.”라고 전하며 토크콘서트를 가름했습니다.



한편 김경윤 공동대표는 고양시 대표 인문철학자로서 청소년, 청년, 중장년 세대 모두를 아우르는 친밀한 소통으로 현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삶의 지혜와 철학을 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읽기만 하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책 쓰는 책”을 출간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인훈의 광장의 시대정신이 이념의 통합이었다면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번 콘서트의 소통의 장에서도 여러분들이 말씀해주셨듯이 우리는 포용의 시대, 인정의 시대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이제는 세계가 한마을처럼 연결된 세기의 위기를 각자도생으로는 극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광장의 이명준이 중립국을 선택한 것은 그의 나약한 발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포용하고 인정하지 않는 이념과 체제를 파괴하고 새로운 이념의 창조를 갈망했던 이유는 아니었을까요? 그 새 시대의 창조, 우리 고양시가 만들어 나가면 어떨까요? 이념, 인종, 나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어떠한 갈등도 없는 중립국 같은 소인국이 고양시였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최인훈의 시대정신이고 이상적인 민주주의의 실현일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최인훈 기념 도서관 설립을 넘어 포용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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