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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May 23. 2018

지각

군생활 이야기

늦었다고 생각하면 뛰어가자


일전에 간부들의 출근길을 적으면서 지각했을 때 꿀팁이라며 적었던 내용에 대하여 현역 간부 및 간부 출신 전역자들에게 많은 비평을 받았다. 약간은 딱딱할 수도 있을 군대 이야기를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약간 재미 적 요소를 넣는다는 게 과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카카오 채널 상단에 오르면서 많은 사람이 보게 되었고 처음엔 글을 지울까 생각도 했지만 그냥 상황만 회피할 뿐이라는 생각에 일부 수정하고 사과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항상 글을 쓰면서도 중간중간에 넣는 내용이지만 이 글은 군생활의 일부일 뿐이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부대가 많고 거기 사람도 많듯이 군생활의 형태도 다양하다. 내가 겪어온 것들은 극히 일부일 뿐이고 내 이야기를 보편화된 이야기는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것을 이해하고 옹호해주기도 했지만 비평한 분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다. 군대가 폐쇄적 집단이다 보니 군을 겪어보지 못 한 사람들은 가끔 언론에 비취지는 군대에 대한 이미지들만 보고 군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겪어본 사람들도 옛날 군대나 극히 일부에서 일어나는 안 좋은 군 생활 추억만으로 군대 자체를 폄하해버리니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러한 것들이 상당히 불쾌했으며 그러한 기분으로 재미로 만든 영화에 진지해져서 글을 남긴 바 있다.(군좀알이 바라보는 TV 속 군대 : 신과 함께 편에서 그러했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저번 편에 대한 오해를 좀 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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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떴을 때 늦었음을 인지했다면 일단 업무상 핑곗거리를 만들어낸다.(아침부터 어디 갔다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출근복장은 무조건 전투복으로 하며 출근하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가방은 두고 가야 한다. 또한 막사 근처에 도착했을 때 베레모를 벗은 다음에 건빵 주머니에 감춰 마치 원래 건물 안에 있었던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만약 갔는데 아침체조 중이라면 눈에 안 띄게 뒤로 돌아서 막사 안으로 들어가거나 아침체조가 끝나고 간부들이 들어가고 나서 들어가는 게 좋다. 지휘통제실에 도착했을 때 회의가 시작한 거 같으면 화장실 갔다 온 척 한 손에 휴지를 들고 입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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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편에서 삭제한 내용인 지각했을 때 꿀팁이라는 부분이다. 만약 8시 30분이 넘어서 출근하면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저렇게 행동하라고 했다면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고 저렇게 행동할 수도 없다. 자신의 한 일에 책임을 져야 하기에 만약 규정을 어겼으면 거기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게 맞다. 하지만 말하고자 했던 의도는 8시 30까지임에도 불구하고 8시까지 안 가면 지각으로 여기니 눈치껏 행동하라고 한 말이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여 많은 오해를 낳았던 것 같다. 


여기서 눈치껏 행동하라는 말도 오해가 생길까 봐 말하지만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지각을 알릴필요 없다는 말이다. 


군대의 지각 기준이 8시 30분인데 사실 그 시간을 넘어서 오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보통 8시가 되면 중대 혹은 대대단위로 간부들이 출근을 했는지 파악을 한다. 그때 안 보이면 그 사람이 아직 출근을 안 한 건지 아니면 다른데 가 있는 건지 확인 전화를 하기 때문에 전화기를 꺼두거나 전화소리를 못 들을 정도로 뻗어있지 않으면 8시면 일어난다. 전화가 꺼져있거나 안 받으면 숙소가 가까워 누군가 깨우러 가기 때문에 일어나서 후다닥 준비하면 보통 8시 30분까지는 위병소를 통과한다.

그래서 늦을 일도 거의 없고 늦어도 이미 소속 부대 간부들은 그 사람이 늦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옆 부대 간부들은 그 사람이 늦었는지 안 늦었는지 모른다. 실수로 좀 늦더라도 괜히 옆 부대까지 그 사실이 알려져 불필요하게 입방아에 오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도 군 생활을 하면서 두 번 늦은 적이 있다.(8시 30분은 넘지 않았다) 전전날 근무를 서고 전날 근무 퇴근도 없이 일하다가 집에 와서 곯아떨어졌는데 근무 서면서 알람을 끈 걸 깜빡한 것이다. 

아침에 알람이 아닌 전화소리에 눈을 뜨니 시간도 보기 전에 지각을 직감했다. 발신자는 선임이었고 전화를 받자마자 떨어지는 불호령에 얼른 가겠다며 전투복만 입고 바로 뛰어갔다. 부대 앞에 도착했을 때 8시 20분 정도였고 한참 간부 체조 중이어서 얼른 건물로 뛰어 들어갔는데 그 모습을 몇몇 사람들이 봤던 것이다. 그래서 아침체조 끝나고 온 선임한테  ‘눈치 없이 왜 그때 들어오냐’ 고 욕먹었다. 게다가 그것을 봤던 옆 부대 선임들도 볼 때마다 뭐라 그러니 몇 달 뒤 두 번째 늦었을 때도 아침체조를 하고 있어 그때는 건물 뒤로 돌아 들어갔다. 

게다가 소위 때 있었던 일이라 선임한테 ‘소위가 빠져가지고 늦는 게 말이 되냐’ 면서 욕을 왕창 먹었다. 그 일로 거의 한 달 동안 생각날 때마다 뭐라 해서 정말 언제까지 우려먹으려고 저러나 싶었는데 한 달 뒤 그 선임도 나와 같은 실수를 하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그때는 오히려 내가 전화로 깨워줬다.)

그때의 경험과 몇몇 봤던 사례들을 모아 꿀팁이라고 적어놨는데 일반사회라면 요령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장교는 신분 때문에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간과했다. 이제 나도 군대 물이 빠지고 있나 보다.


우리나라 남자들의 상당수가 군대를 겪었지만 병사로 나온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각과 간부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간부의 입장에서 바라본 군대를 말하며 좀 더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고충을 말하고자 하였는데 이 글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게 앞으로 더 주의를 할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좋은 모습은 모두 감추고 좋은 면만 드러낼 생각은 없다. 요즘 같은 세상에 감추기만 급급하면 오히려 악효과만 난다고 생각한다.


앞서 쓴 글에서 보았듯이 현역 때 FM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막돼먹은 군 생활을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랬다면 의무복무기간보다 더 긴 군 생활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의 목적이 있어 전역했기에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리운 게 군 생활이고 아직도 진심으로 우리 군을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내 이야기를 너무 보편화된 이야기로 보는 게 아닌 그냥 한 사람이 겪은 썰 정도로만 봐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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