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했어요? 술은 좀 해요?
20대 후반부터 꾸준히 면접관에게 들은 말이 있다.
남자친구 있어요? 결혼계획 있어요? 갑자기 결혼해서 그만두는 거 아니에요?
난 겨우 면접을 보는 것뿐인데 이분들은 너무 멀리 가신다.
내가 마음에 안 들면 적절한 질문으로 넘기면 될 것을 굳이 차별적인 질의로 면접의 긴장감을 허탈하게 만들어버린다.
예전에 공공기관 면접을 본 적이 있다.
한창 블라인드 채용을 할 때라 지원서에 졸업한 학교와 전공을 기재하지 않았다.
면접관의 질문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지원서에 졸업한 학교를 기재하지 않는데 불편함이 없냐고 물어왔다. 그 질문에 당황스러웠다. 블라인드 채용의 목적이 면접관이 면접을 제대로 보고 인사를 하도록 하기 위해 지원자의 출신학교를 밝히지 않고, 자기소개서에는 가족관계나 개인정보를 기재하지 않는 것인데, 면접자가 왜 불편함을 느껴야 하는지 질문이 의아스러웠다.
그래서 답했다. '저는 불편한 것이 없습니다. 면접관님은 불편한 점이 있으신가요?'
내 딴에는 돌려치기 한 것이었는데 질의한 면접관은 답변하지 않았고, 옆자리에 있던 다른 면접관이 면접 끝무렵 답변해 주었다. '면접자의 전공을 알 수 없어 어렵습니다'라고
그렇듯 면접자는 면접장에서 자신을 어필하는 것 이외의 질의나 답변을 할 수 없다.
이미 면접장에 들어선 것 만으로 '을'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면접장을 들어가기 전 항상 생각한다. 면접을 일방적을 당하는 게 아니라 나도 상대를 면접하는 거라고,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절박한 취준생이라면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사회복지시설 면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면접이 끝나 갈 무렵 기관장이 질의했다. '술은 좀 해요? 얼마나 해요?' 이때까지만 해도 웃으면 넘어갔다.
그다음은 실장이 질의했다. '결혼은 했어요?' 나의 뇌관을 건드렸다. 순간적으로 욱한 나는 답변했다.
'제가 앞으로 하게 될 업무가 결혼 유무와 관련이 있을까요?
실장은 무척이나 당황하면서 말하길 '가족수당 때문에 확인차 물어봤습니다'
면접은 그렇게 끝났고, 난 면접에서 탈락했다. 아쉬운 마음보다는 잘 피해 갔다고 생각됐다.
그렇게 두 곳의 면접을 더 보고 다른 한 곳에 합격해서 지금 5년째 근무하고 있다.
지금 다니는 곳도 나의 결혼 유무를 물어왔지만 나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물어왔고 면접의 흐름상 불편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게 난 사회복지분야에서 첫 경력을 만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