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분야에서 15년 가까이 행정 업무를 했지만 대부분 1년~2년 계약직으로 근무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다가 사회복지로 업종을 바꿨지만, 15년 이상 종사했던 분야에서 계약직을 전전하다가 업종을 바꾸자마자 정규직으로 근무하게 된 것이 조금 씁쓸했다. 내가 인정받고 싶었고, 뿌리를 내리고 싶었던 곳과 전혀 다른 곳에서 안정을 찾게 된 것이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문화재단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할 때 정규직원들이 계약직 직원을 대하는 온도가 따뜻하진 않았다.
대부분의 계약직원들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을 채우고 계약만료로 퇴사했고, 또 다른 계약직원들이 그 자리를 채우기를 반복하니 정규직원들은 드는 자리에 오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내어주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계약직원들은 업무를 파악하기도 조직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기존에 오래된 직원들은 매년 새롭게 오는 계약직원에게 매년 같은 업무를 전달해줘야 했고, 조직의 분위기와 상사의 성향까지 귀띔해주는 게 처음에는 재밌겠지만 같은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면 그것도 시들해진다.
지금 근무하는 센터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지만 계약만료로 퇴사한 직원만 어림짐작으로 5명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저녁식사도 같이 하고, 오며 가며 센터 분위기도 알려주고 사소한 업무부터 관실장님의 성향까지 그리고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조직의 히스토리까지 공유했었는데, 그게 2~3년이 넘어가고 계약직원들의 퇴사와 신규직원의 입사가 반복되면서 대화의 빈도도 줄어들었고 곁을 내주기도 쉽지가 않아 졌다.
물론 모두에게 그런 건 아니다.
나와 비슷한 또래 거나 미혼인 직원이 입사하면 반가운 마음에 먼저 다가가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럴 때면 예전 직장 동료들이 생각난다. 그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겠구나 무뎌진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지 못했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지금 일하는 곳에서 적응하는데 2년 정도 걸린 것 같다.
동료들은 나와 비슷한 또래지만 업무환경도 달라졌고, 분야도 달라진 만큼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도 계약직으로 일했을 때는 계약종료일을 생각해 조직에 적응하는 것도 업무에 익숙해지는 것도 빠른 시간 내에 이뤄야 했지만 정규직원이 된 후로는 그런 조급한 마음이 들진 않았다.
천천히 스며들었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 만큼 신중해지다 보니 적응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가까운 지인들한테는 인생의 2막을 여는데 성공했다고 하지만 이젠 또 다른 횟차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로의 인생이 홀가분하겠다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홀가분하기 때문에 준비하고 걱정해야 할 것이 더 많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일상을 즐기는 방법이 다양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스스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즐기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이젠 새로운 섹터를 준비해야 하는데 어떤 것을 도전해야 할지....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