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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침 Jun 18. 2024

求世主는 오지 않는다

- 허튼소리

ⓒ 스침





# 미열을 기저귀처럼 차고 산다

- 일요일, 고해소(告解所) 대신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죄책감에 시달린다. 대체 살면서 얼마나 더 많은 플라스틱과 비닐과 종이박스를 버리고 가게 될지 몰라서다.


- 나는 별의 껍데기에 위태롭게 기생하며 숙주에 온갖 쓰레기를 버리며 산다. 가공할 공전과 자전의 속도를 인지하지 못한 채 회전목마 같은 계절만 체감하며 산다. 두렵다. 숙주는 때가 되면 제 몸에 기생하는 벌레를 잡지 않겠는가.


- 오늘도 기저귀처럼 미열을 차고 눈을 뜬다. 몸져누울 일이 아니니 그런 채로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사진도 찍고 강아지들과 공원도 한가롭게 걷는다. 나이가 드니 마음 대신 몸이 달떠 산다.  

    





ⓒ 스침



- 요새 본 영화들은 다양한 형태의 구세주를 다루고 있다. 영화의 배경 설정이 디스토피아라서 그럴 것이다. 결론은 세상을 구원할 이가 오거나 그 반대로 귀결된다. 현재 혹은 미래가 암울할수록 그런 문학작품과 영화들이 늘어난다.


- 만약 온다고 치자, 메시아는 세상을 회복, 복원하거나 재창조해야 한다. 과연 회복과 복원이 가능할까? 신학적으로는 모르겠으나 역사상 인류는 낙원을 경험한 적이 없다. 원형이 없는데 무얼 복원한단 말인가?


- 남는 수단은 재창조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그렇게 창조된 낙원에서 부디 인간만은 메시아에게 외면받기를 원한다.


- 나는 종교적 메시아뿐 아니라 현실의 메시아도 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땅에 기린아가 태어나 오염된 세상을 구할 것이란 맹랑한 기대는 허상이다. 덜 악한 리더가 나타날 수는 있어도 현인의 등장으로 세상의 외투가 깨끗해질 일은 없지 않은가.  




ⓒ 스침

 

# 일용할 양식

- 성경에서 예수가 직접 가르쳤다는 '기도문'에는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란 구절이 나온다. 왜 예수는 평생의 복과 양식을 구하지 않고 하루치만 달라고 기도했을까? 크리스천들은 이 기도문을 입에 달고 산다.


- 사실 더 궁금한 것은 예수의 기도가 아니라 크리스천들은 과연 예수의 당부대로 일용할 양식만 구하고 있을까이다. 대를 이어 차고 넘칠 복과 양식을 갈구하고 있지는 않을까?


- 제발, 저 조사(釣士)와 갈매기들이라도 일용할 물고기만 잡고 돌아갔기를. 하루가 저물었다.     

ⓒ 스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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