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브리즈번 일기

by 이람

8.2.

정신을 차리니 12시 반이었다. 13시간을 내리 잤다. 이렇게나 늦잠을 자다니. 평소에는 늦잠 자고 싶어도 눈이 자동으로 떠지는 바람에 어려웠는데 어제 새벽 4시에 일어난 탓일까? 여행 체력이 바닥나는 게 느껴진다. 투어라도 하려고 찾아보긴 했는데 오후에 눈 뜨니 다른 곳에 가기 싫었다. 숙소에 내가 제일 많이 투자했는데 숙소에만 있어도 여행 뽕 뽑는 거 아냐? 대단한 합리화를 한다. 결국 브리즈번도 누군가 살아가는 동네, 내가 사는 동네가 나에게 그리 큰 감흥이 없는 것처럼 이 도시도 그리 대단한 관광지는 없는 거 같다.

사실 나는 남들이 좋다 하는 관광지는 항상 와닿지 않았다. 유명해서 가긴 한다만 느껴지는 건 없다. 내가 오로지 바라는 건 축구인가 보다. 축구장 가는 게 그 어떤 여행지보다 재밌고 알차다. 어제 걷던 브리즈번 강은 좋았다. 강도 좋아하는 편이네.

저녁에는 장을 봤다. 호주 온 지 거의 열흘 가까이 되어서야 장을 제대로 봐서 먹는다. 그전에는 샐러드 키트나 길거리 음식으로 식사를 때웠다면 오늘은 호주 사람들이 아침 식사 먹을거리를 샀다. 그리스식 샐러드 별로 안 좋아하는데 실수로 사버렸다. 어쩐지 가격이 너무 비싸더라니. 비싼 이유였을 올리브와 큐브 치즈를 싫어해서 모두 버려야 했다. 한 5일은 먹을 만큼 푸짐하게 샀더니 40불이 나왔다. 카페에서 한 끼 대충 먹으면 20불이 나오는데. 역시 직접 해 먹는 게 최고다. 햄버거나 피자 같은 음식 보단 장 봐서 해 먹는 게 호주스러운 식사 아닐까? 그래놀라에 요구르트, 곡물빵에 베이비 당근까지 야무지게 씹어먹었다. 나름 만족스럽게 식사도 했다.

문제도 많다. 얼굴 트러블이 진짜 난리 났다. 손빨래는 영 잘 못 했는지 마르는 빨랫감에서 썩은 내가 난다. 얼른 집에 가서 전부 세탁기 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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