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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Sep 12. 2018

함덕 서우봉 둘레길과 올레길 걷기

제주살이 아흐레

오늘은 함덕 서우봉에 올라보자!


서우봉의 코스는 다채롭다.

제주 올레 19코스는 북촌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둘레길도 여러 길로 안내하고 있다.


봉우리 자체가 크지않고

올레길이던, 둘레길이던, 산책길이던

표지판이 잘 되어있어서

길 잃고 헤맬일은 없다.


오늘의 선택은

서우봉 둘레길.


결론적으로 말하면

둘레길과 올레길을 섞어서 걸었다.



시작은 둘레길

서우봉 입구에 안내 표지판이 있다.

그런데 그림만 보면 복잡해서 뭐가뭔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다보면 화살표 표지판을 잘 보이게 만들어 놓아서 일단 올라가면 된다.

둘레길 표지판을 따라 가니

함덕 바다가 한 눈에 조망된다.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함덕 바다를 보며 감탄하기!!


염소닷!

말도 보고 염소도 보면서 걷는 길



오르락 내리락하며

이렇게 이어지던 길이 갑자기 뚝 끊어져 있다.


위로 올라가면 올레길과 만난다면서

주의하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그럼 올레길을 찾아 올라가 보자!

정비 되어 있는 길이 아니라 그렇지

길은 확실하게 나있다.


가파르게 오르는 길에

어디선가 자꾸만 아까부터,,,

향기가 난다.


아하!

칡꽃이 피었구나!


칡의 끈질긴 생명력에 '걸맞는' 혹은 '의외로'

화려한 꽃과 매혹적인 향기.


내가 좋아하는 향수

프레쉬 '허니써클'

이것은 인동초꽃 향기란다.


질긴 생명력으로 순위를 다투는 인동초와 칡덩쿨.

향기로도 견줄 수가 없구나.


초절정 매력을 뿜어내는

칡꽃 향기로 향수 만들어 비싸게 팔면,

칭칭 휘감아 처치 곤란인 칡덩쿨들도

해결 될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꽃향기를 맡으며 기분좋게 올라간다.


언덕을 다 오르니 다시 올레길을 만났다.


올레길은 북촌리로 이어진다.


내리막길을 걷다가 만난 곳.

일제 진지동굴.

1945년경 자살특공대를 위한

진지를 만들었다하니

당시 분위기가 어땠을지 조금은 짐작이 된다.


해안 절벽으로 가는 길.


꼭 내가 죽으러 끌려 가는것 마냥

가슴이 두방망이질 친다.


그런데 이곳이 제주 4.3 사건과도 관련이 있나보다.

가슴이 더 먹먹해진다.



동굴 입구만 봐도 너무 무섭다.

오늘 따라 올레꾼도 없고

울고 싶은 심정.


도망치듯 서둘러 빠져 나와

해안가에 있는 진지 동굴로 향했다.

밀물때인지 파도가 들이쳐서 갈 수가 없다.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아마 수 많은 진지 동굴들을 봤다면 통곡했을지도 모르겠다.


울고 싶은 마음으로 갔던길을 되짚어 올라온다.

슬픔과 두려움이 가슴을 꽉 조인다.


근처 벤치에 앉아

 소리내어 가슴 속에 고여있는 슬픔과 두려움을

퍼내고는

마을로 터덜터덜 걸어 내려간다.

유난히 고요한 마을.

아무도 없는 포구 정자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렇게 한 참을 앉아있으니

마음이 다시 차분해진다.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할 시간이다.

막내의 하교시간이 2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정신이 번쩍 든다.

빨리 집에 가야지.

아이들 덕분에 나는 현실로 돌아온다.


아직은 가라앉은 기분으로

다시 서우봉을 넘어 함덕으로 향한다.

이번엔 올레길을 따라 내려온다.

어머!

서우 낙조를 보는 일몰스팟이 있네!

주말 저녁에 애들과 와야겠다.

갑자기 생기가 돈다.

신바람이 나고, 발걸음에 힘이 들어간다.

역시 나의 에너지 원천은 아이들인가?




내려 오는 길에도 사진을 열심히 찍어 보지만

보이는 대로 담을 수 없는 안타까움.



속세에 내려오니

똥꼬발랄한 모습으로 돌아온 내가 반가워서 한 컷.


느린 걸음으로도 한 시간이면 충분히 산을 넘는다.



오늘 여행의 뒷풀이는

나의 쏘울푸드인 떡볶이로!!



.

.

.

.

가을이 깊어지면

아이들과 4.3 평화공원에 다녀와야겠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평안한 안식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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