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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Oct 30. 2018

요가와 찰떡 궁합 보이차

제주살이 쉰이레 181030

용인 집에서 보이차를 즐겼는데

제주에서는 단순하게 살고자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그럭저럭 지낼만 하긴 했지만

좀 아쉽긴 했다.


그러다가

요가 수업을 시작하니 다시 보이차가 급 땡긴다.

간간히 수업시간 전 후로 선생님이 주시는

귀한 차를 얻어 마시긴 하지만

덜 좋은 차라도 내 차를 실컷 마시고 싶은 아쉬움에

며칠 전 용인에 간 김에 차를 가져왔다.

다기는 제주에 와서 사려고 안가져 왔다.


어제는 푹 쉬고

오늘 오전에 찻집에 다녀 옴.


제주시내에 있는 차향재 방문.

사장님과 인스타그램 친구 사이인데 놀러오면 차 한잔 대접해주신다는 댓글에 용기내서 인사드림.

반갑게 맞으며 알은체 해 주신다.

차향재를 운영하시는 선생님께 차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호칭이 사장님에서 선생님으로 바로 바뀜)

70년 숙성 된 귀한 차도 선뜻 내주셔서

좋은차 실컷 마셨다.


어제부터 양쪽 견갑골 사이에 얼음이 박힌 것 처럼 시렸는데 차를 마시고 몸이 덥혀지니 시린 느낌이 없어졌다.

따뜻한 차를 연거푸 마시니 뱃속이 따뜻해 지며

몸이 이완 되는 것은 기본이고,

나는 기운이 좋은차를 마시면 머리와 콧속이

시원해지고 목 어깨도 부드럽게 풀린다.

심하지 않은 경우는 풀리고, 근육이 많이 긴장 되어 있을 땐 오히려 뭉친 부분이 두드러지는 느낌이 난다. 주변의 다른 부분은 풀리는데 심하게 뭉친 곳은 안 풀리니 더 도드라진 느낌이 나는 것 아닐까 추측.


어쨋든 참 신기하다.

그래서 맛 보다는 기운으로 보이차를 고른다.

차 맛만 보고도 무슨 차인지 척척 알아 맞추는 분들도 많지만 나는 맛으로는 구분이 어렵고

충분히 마신 후에 나의 몸상태를 보고 차를 고른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선택의 폭은 무척 좁다)


차의 기운으로 차를 권해 주시는 건 수지 신봉동 '보이차 명' 선생님이 탁월하시다. 아픈 몸을 보이차로 치유하신 분이라 차의 기운에 민감하시다.

차수업 할 때 내가 차를 마시고 피드백을 하면

보기와 다르게 예민하다며 놀라심.

(나 섬세한 여자라고 길게 자랑하는 중)



제주에서는

요가하시는 분들이 보이차를 많이 드신다.

이효리 요가 선생님으로 유명한 한주훈 선생님도 차향재 단골이란다. 내가 다니는 조르다 요가원도 훤히 알고 계시는 차향재 선생님.


그렇게 보이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른다더니 좋은 차 마시며 신선놀음 했구먼.




암튼,,, 개완 딱 하나만 사오리라 다짐하고 갔지만!


것 참,,,

차를 마시다 보니 개완 보다는 쓰기에 익숙하고

차가 가진 본연의 향과 맛을 잘 내주는 자사호에 점점 욕심 나서 적당한(!) 것으로 골라 옴.


룰루랄라~


차 두잔 나오는 작은 자사호와 얇고 이쁜 경덕진 찻잔을 들였다. 작은 차판과 찻잔 받침도.



집에 돌아와 자사호 길들이기.

부스러기 차를 긁어 모아 냄비에 넣고 자사호를 팔팔 끓인다. 그런 다음 마른 천으로 닦아주기.

막내가 하겠다고 나서서 심장이 쫄깃했지만

야무지고 차분하게 잘 도와주었다.


보이차를 좋아하는 막내와 신바람나는 티타임.

한 번에 딱 두 잔용 귀욤귀욤 자사호.

차판도 미니미니.



몸과 소통하는 요가에

이완을 돕는 보이차까지 합세했으니

은혜로운 제주 라이프가 한결 더 풍성 해지겠다.



.

.

내일 걱정은 낼모레.

카드값은 다음 달에 걱정하자.


여보, 비싼 거 안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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