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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Nov 07. 2018

몸과의 소통 - 현실 점검.

제주살이 예순나흘 181106

오늘은 집에서 내 몸 점검.


스승님 세 분을 모시고 요가 수업에 가니

내가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해짐.


집에서 10초 타이머 맞춰 놓고 사진찍기.


사진을 보며 차디찬 현실점검.


마음은 자벌레인데 몸은 굼벵이.


그래도 <축하>는 있다.

수승화강을 위해 몇 년전부터 급하면 가끔 하던 쟁기자세는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살이 빠지니 호흡도 한결 편하고, 등뒤로 깍지도 껴진다.

엉덩이 옆으로 발을 벌리며 앉는 자세도 1초씩 시간을 늘리고 있다.

1초 만큼씩 내 몸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애도>는 인대가 늘어났던 발목과 고관절 외에도,

손으로 집중해서 작업하는 것을 10년 넘게 했더니 손목도 많이 아프다. 그동안 손목을 쓰기만했지 돌보질 않았구나.

손목과 팔근육도 천천히 공들여 늘려준다.

통증이 심한 무릎은 핫팩으로 따뜻하게 감싼다.


아프고 신경질 나지만 그동안 많이 긴장한 내 몸에 애도와 감사를 표하며 인내하고 머물기.


두어시간 그렇게 몸과 소통하고 났더니 몹시 허기진다. 따뜻하고 몸에 좋은 것을 먹고 싶어서 동네

몸국 집으로 간다.

나를 위한 한 상이 차려졌다. 혼자 먹는데 이렇게 푸짐하게 차려주신 성의가 고맙고, 다양한  채소 반찬이 반가워서 많이 먹었다.

아뿔싸,,, 너무 많이 먹었다!

배불러서 숨쉬기도 버겁고 등도 땡긴다.

다른 방식으로 나를 돌보는 중인 것을 또 깜빡했다.

배불러 죽겠네!

앞으로는 내 몸을 살피면서 조금씩 천천히 먹자고 다짐한다. 밥 먹을 때 내 몸을 의식하기.

이것이 오늘의 <배움>이다.


집에 돌아와 쉬면서

요가 동작을 그리며 순서를 몸에 익혀볼까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엄두가 안나서 보이차 찻잔 그리기.

내친김에 만달라도 그린다.

오래간만에 그리니 재밌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워낙 계획하길 좋아하고,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안달하는 습성을 오래 갖고 있던 터라,

의도하지 않아도 충분히 조화롭고 생각지 못한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연습.

나에게 만달라 그리기는 그런 의미이다.





아드님들 모시고 저녁요가.

오늘 오전에 집에서 몸을 좀 풀기도 했고,

요가 시간에 '부장가아사나'를 오래 유지했다.

조르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30분 유지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했는지는 모르겠다.

힘들어도 아들들이 뒤에 있으니 인내력이 치솟는다. ( 애들 눈이 제일 무섭네 ㅠ ㅠ )

불편하지만 버티려니 호흡에 집중할 밖에,,,


그덕에

닿지 않던 이마가 땅에 닿고,

떨어지지 않던 머리가 땅에서 떨어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ㅋㅋㅋ


우리 아들들은 존재 만으로도 어미를 성장시키는 탁월한 스승님들. 역시 뫼시고 오길 잘했다.


집에 와서도 되는지 궁금해서 또 해 봄.

집에서도 된다!


버티고, 집중해서 쾌통을 느끼라고, 척추와 골반이 풀려야 살아난다며 인내하라는 조르다 선생님과

세 아들 병풍효과가 기적을 만들었네.



오늘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몸과 소통한 날.

좀 더 자주 몸과 소통하며 지내야 겠다.

요즘 다시 마음이 바빠져서 에너지가 밖으로 향해 있었다. 다시 거두어 들여 내 안에 집중해야지.



차분하고 평온한 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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