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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Nov 08. 2018

나를 돌보기

제주살이 예순닷새 181107

오전엔 괜찮았는데 오후가 되니

오른 쪽 고관절이 25킬로 걷고 난 후 처럼 아프다.

따뜻한 찜질을 하고 좀 누워서 쉬었다.


막내가 어제부터 기침을 하고 목이 아프다길래

심해지기 전에 병원에 데려간다.

학교 앞 가정의학과에 데려갔는데,

세미나 참석 때문에 휴진이란다.


그래, 잘 되었다. 미처 생각 못 했지만 항생제 보다 한약이 더 좋겠다 싶어 길 건너 한의원으로 간다.

진료 후 약을 받고 계산하는데 문득 생각난다.

맞다, 나도 아픈데!

나도 뜨끈하게 물리치료 받고 침도 맞고 싶은데,,

왜 나는 병원 올 생각을 안했지?

좀 슬프기도 했지만 일단 집으로 간다.

애들 집에 올 시간이라 먹을 것도 챙겨주고 얼른 집에 가서 막내 약부터 좀 먹여야겠기에.


집에 돌아와 한약을 먹이는데 먹기 싫다고 난리 부르스. 억지로 겨우겨우 생쇼하며 반 쯤 먹이고는

부아가 난다.


나는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돌보지 않고,

애는 약을 먹이겠다고 진땀을 빼는 상황이 화가 났다. 나도 병원 갈란다!


밖에는 비가 오락 가락 하는데

집에 들렀다 학교 방과후 미술 수업에 간 둘째가 걱정이다. 우산도 안 가져 갔는데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 비 맞으면 어쩌지?


아이들 한테 병원 간다고 하고

학교 앞에서 둘째를 기다린다.

병원 문 닫기 한 시간 전에는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애가 탄다. 빨리 좀 나오지.

다른 애들 나오는데 둘째가 안나온다.

지금은 비가 안오는데 그냥 병원으로 갈까?

병원 앞에는 주차 공간이 없어서 학교 앞에 차를 세우고 가야 하는데, 둘째가 내 차를 보고 금방 엄마가 올 줄 알고 하염 없이 엄마를 기다리면 어쩌지?


그러는 동안에도 애가 안 나오고 5시가 넘어 간다.

에잇, 그냥 가야겠다 싶어 차에 시동을 거는데

둘째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 오는 모습이 보인다. 한편으로는 안심 되고, 한편으로는 화도 나는 마음. 둘째를 집에 데려다 주고 병원으로 간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있는 한의원은 7시까지 진료라고 써 붙여 놨길래 거기로 간다.

엄마 한의원 가서 침 맞고 온다 했더니

치료도 받고 차도 마시고 천천히 쉬다 들어 오라는 둘째.


뭐 다른 꿍꿍이가 훤히 보이긴 해도 고맙다.


치료 받고 집에 돌아왔는데도

몸도 마음도 개운치가 않다.




나도 병원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 한 것이 실망스러워서 나 자신을 비난하고 있는 나.


애를 태우면서도 둘째를 기다리고 있던 나.


어제는 새로운 한 걸음 내 딛었다고 좋아했는데

오늘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난 내 몸.


혼란스러운 밤.

자꾸 화가 나서 애들한테 짜증을 낸다.


내가 자꾸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서글펐구나.

애들 보살피는 마음만큼 나도 보살핌 받고 싶구나.

아이도 돌보고, 나도 잘 돌보는 조화가 필요했는데, 자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었구나,,,

나도 충분한 돌봄이 필요하고,

나 자신을 더 귀하게 대하고 싶구나.


그렇게 내 마음을 공감해주니

불만 가득한 마음이 좀 누그러지며 눈물이 난다.


에구,, 짠한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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