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희라 Nov 30. 2018

복잡한 마음.

제주살이 여든 이레 181129

요가를 다니고 있다.

아들 셋과 함께.


어르고 달래고 호통도 치고

겨우겨우 데리고

정확히는 모시고 다닌다.


어제 둘째가 새끼 손가락을 다쳐서 왔다.

피구하다가 다쳤단다. 그래서 하루 쉬게 했다.

그런데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까지 안좋은 오늘 학교에서 축구를 두시간도 넘게 하다 왔다.

힘들다며 학교로 데리러 오라고 전화한다

넘어져서 손을 짚는 바람에 손가락은 더 부어있었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부터 기침도 하고 목소리도 갈라져 나오는 녀석이.


아들이 아픈데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걸까?


여태 안아프다가 요가를 시작하면서 부터

발가락도 다치고, 손가락도 다쳐서 돌아온다.


나는 그것이 꼭

다쳐서라도 요가에 빠지고 싶은,,,

아이의 무의식이 작동한 것은 아닌지

자꾸만 의심된다.


그래서 화가 난다.


그렇다면,,,

'그렇게 가기 싫어하면 그만시키지'

할지도 모르겠다.


 '싫으면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

그렇게 4년을 지낸 결과

아이는 도전에 점점 취약해지고 게임과

티비와 군것질에 안주해 버리고 몸이 비대해져서

몹쓸 체력이 되어 버렸다.

몸이 무기력해지니 마음도 무기력하다.

친구들의 놀림도 수긍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

(아이가 말을 안해서 모르고 있었는데, 내용과 지속성이 다분히 학폭위 감이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가,

'충분히 수용하다 보면 아이 스스로 하는 날이 올거에요' 이건 건강이 걱정될 때 해 줄 말이 아니다.



아이의 편중된 식성에 대해 걱정했더니

'우리집도 매일 고기먹어, 괜찮아 그냥 줘'

'다 키로 가는 거야, 잘 먹으니 얼마나 보기 좋아, 애가 달라는 대로 줘'


그걸 말이라고,,,

그렇게 하다가 초등생 애가 지금 86킬로가 넘고,

몸이 무거워서 앉았다 일어날 땐 신경통 할머니들 처럼 손을 바닥에 짚고 겨우 일어나는데!

니 새끼가 그지경 이라도 그렇게 말할래?



내 마음을 위로해 주고 싶은 그들을 마음을 아니까

'그런가?'하고 대꾸하고 넘기지만

속에서는 불끈 올라온다.


그럴때 배운 바에 의하면

"아이가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걱정되시나 봐요 "

"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시는 거죠?"

"아이가 활력있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으신가요?"

(이렇게 얘기해 주면 좀 좋아?)


나 혼자라도 자기 공감을 해 보지만.

그 다음은???

그래서 그다음은 어쩔건데?

답이 나오지 않는다.


도전, 용기, 인내

이것들이 아이의 내면에서 올라온다면 아름다운 욕구이다. 그런데 그것이 외부의 강요라면 그것은 고역이다. 나도 알고 있다.


그럼 아이를 내버려 둬야 하는가.

그것은 존중을 가장한 방임과 부모로서 책임 회피가 될 수도 있다.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 아니던가.


아이가 원하는 대로

티비와 게임과 군것질만 제공한다면

짧은 행복은 주겠지만

건강과 장기적인 행복에는 해악을 끼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힘들어 해도 격려하며

엄마 손을 잡고 서라도 도전하는 용기를 주려고 하는 중인데 아이가 자꾸 아프면 힘이 빠진다.


'아이의 속도가 저마다 다르다'

급한 어미의 성질을 누그러 뜨리는 말이지만.

이것은 아이가 꾸준히 가리라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말인 것 같다.


발목을 많이 다친 큰아이는 무릎 꿇고 앉는 것이 힘들다. (무릎 꿇일 일이 없으니 여태 그것도 모르고 살았네 ) 무릎 꿇고 앉는 것이 0초에서 1분까지 시간이 늘었다고 우리는 축하하고 있었는데,

어제 요가 시간에 유난히 무릎 꿇는 동작이 많아서 30분쯤 꿇고 있었나보다.

그런데 선생님이 큰아이에게 지청구를 한다.

중1이 그정도도 못하면 어떻하냐고, 참으라고, 움직이지 말고 무릎꿇고 가만히 있으라고.

(수업 끝나고 선생님께 다쳐서 그런거라고 말씀 드리자고 했더니 말하지 말란다. 헐,,, 이건 또 뭥미?)


선생님이 아이에게 하시는 말씀을 듣고

'무려 60배나 시간이 늘었는데,, 사람마다 속도와 상황이 다른거지! 요가 동작을 경쟁하려 하지 말고,  자신과 만나라면서요? 걔는 지금 자신과 만나고 있다고요!' 하는 생각이 올라온다.


그런데 왜 둘째에게는 그런 생각이 안드는 걸까?

왜 마냥 가슴이 답답해져서 아무런 답이 떠오르지 않는 걸까?


혹시 아이도 지금 이런 상황인걸까?


그냥 힘들고 도망치고 싶고 어찌해야할 지 모르겠는 막막함과 무기력함.



.

.

.


그니까 그럴 땐 엄마 손이라도 잡고

억지로라도 하다보면 점점 힘이 생긴다니까!


그런데 다쳤으니

나아지는 몇 주간은 물 건너 갔구만.


혹시 그렇게 자기 속도대로 조절하고 있는 건가?





아,,, 진짜,,, 복잡해.

홧김에 애꿎은 빵만 꾸역꾸역 먹었더니

잠이 쏟아진다.

이런 뒤질랜드,,,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은 내 생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