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백 스무 여드레 190109
아침 대섬 산책.
바람이 많이 부는 건 아닌데도
비교적 평온한 바다 한 곳에 유독 파도가 친다.
그러면 그 밑에는 큰 바위가 있다.
바닷물이 많이 차 있거나 바람이 한점도 없는 날엔 조용히 지나가지만 바닷물이 빠져있거나 파도가 센 날엔 어김없이 바위가 있는 자리에 파도가 인다.
마음의 바다도 그러하다.
물이 충분하지 않거나 외부의 자극이 있으면 바닷속 바위가 있는 꼭 그자리에서 파도가 인다.
평온함을 바란다면 바위를 치울 수도 바다를 메꿔버릴 수도 있겠지만 온 바다를 다 메꿀 수는 없다. 그저 그자리에 치는 파도를 알고 조심하는 것도 방법일테고 파도가 크다면 파도의 에너지를 이용해 뭔가 쓸모있는 일을 도모하는 것도 방법일게다.
신나게 서핑을 할 수도 있겠다.
같은 돌뿌리에 걸려 엎어지는 나.
같은 곳에서 치는 파도에 몸살을 하는 나.
그것이 지겹기도 하지만
엎어지고 몸살하며 그때라도 내 몸을 살피니 그런 쓸모가 있는것도 같고, 파도가 치는 자리엔 돌이 있으려니 짐작하여 바다 밑을 살피는 지혜도 생긴다.
어떤 날은 균형을 잘 잡고 신나게 서핑을 즐기지만
이렇게도 해도 저렇게 해도 소용 없어
하루종일 파도를 온 몸으로 맞는 날이 있다.
오늘은 중심잡기에 실패해서 이리저리 파도에 휩쓸렸더니 온몸이 얼얼하다. 몹시 춥고 짜증난다.
내가 왜이러고 사나 싶고
다들 잘 사는데 만날 나만 짠물 들이키는 것 같다.
기운이 쭉 빠지고 다 때려치고 싶다.
썩을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