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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Jan 16. 2019

다시 제주로 돌아왔다.

제주살이 백 서른 나흘 190115

일부러 '돌아왔다'라는 표현을 쓴다.

참 내,,, 언제부터 살았다고,,,


아직 삶의 터전은 용인에 있고 한달 보름 후면 돌아가야 하는데 굳이 제주로 돌아왔다는 표현을 쓰는 나. 그만큼 절실하게 제주에 살고 싶어서 그러는 것으로 이해하고 넘어간다.



제주에 와서 산다하면

대단하다 멋있다 부럽다고 한다.


쑥스럽게도

나는 열심히 놀고서 칭찬을 듣는다.


누구는 그림이 멋지다고, 누구는 혼자 용감하다고, 누구는 어쩜 그렇게 글을 잘 쓰냐고, 누구는 참 잘 논다고, 누구는 보내주는 남편이 부럽다고,,, 나에게 보내는 부러움과 찬사의 포인트는 조금씩 다르다.


나에게 보내는 말들은 나에게 말하고는 있지만 각자 자기 안에 바람을 담은 '자신의 이야기' 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도 도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데 여건을 따지다보니 용기내지 못하고 있다거나, 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다거나, 잘 노는게 중요하거나 하는 자신의 바람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친구를 판단하거나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은 놀면서 듣는 친구들의 칭찬에 고맙고 기쁘고 황송하기까지 하다.


친구들의 이야기에 휘청거리지 않고 그저 나의 이야기를 쓰겠다고 나에게 하는 <자신의 이야기>인거다. 나는 누가 바라는 어떤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 그렇다. 더 좋은 모습 보여주려 꾸미는 것을 경계한다는 말이다.



제주에 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하나로마트 입구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전시회에 다녀온 적이있다. 우리 동네 조천의 모습이 많이 담긴 어반스케치 개인전이었다.

전시 작품 외에도 작가의 그림 수첩 복본을 전시해 놓고 보여주고 있었다. 소박하고 친근한 그림체를 보니 이정도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나도 하고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콩닥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게 그렇게 부럽더니만

결국 나도 용기내서 어반스케치에 도전했다!

요즘 나에게 어반스케치는 아주 큰 즐거움이다.


그리고 또 나에게 있는 부러움.

영어 잘하는 사람이랑 자기의 일을 찾아 자리잡은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 죽겠다. 부러움을 넘어 이젠  그 두가지를 잘 못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를 비난하기까지 한다. (워낙 오래된 바람이다!!)

영어를 하는 것과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 나에게 얼만큼 중요한지 그것이 왜 중요한지 그것을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 알 수 있고,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딘지도 알려준다. 내가 해야할 것은 어반스케치에 도전했던 것처럼 그냥 도전하고 뛰어드는 용기를 내는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데 아직 몇 년째 생각만 하고 있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는

금쪽 같은 제주의 하루하루를 그냥 흘려 보내기 너무 아까워서,,,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다.


백 서른 나흘 동안 136번째의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많은 것들을 글로 남겼다. 6개월 간의 제주라이프의 글을 공유해간 숫자도 1,200건이 넘는다. 누가 어떤 부분에 공감이 되서 퍼가는 걸까 참 궁금하다. 어떤 연유에서 공유를 했건간에 그분들의 여행과 일상의 여정을 응원한다. 자신들만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기를 바란다. 자신의 결대로 그림을 그린 전시회를 보고 나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듯이 말이다.



다시 제주로 돌아오니

몸은 몹시 피곤한데도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방방 뜨지 않고 그라운딩 된 든든한 느낌.


제주살이의 2부가 시작된 것 같다.


다시 시작된 제주살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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