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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Jan 19. 2019

삼형제 정글의 법칙

제주살이 백 서른 이레 190118

하루 종일 집에서 귤 까먹으며 정글의 법칙 이어 보기.


저녁에 빨래를 너는데

누가 뭘 널까 정하다가 막내가 폭발했다.


둘째가 약올렸단다. 막내가 화를 내며 벽장 안에 들어가 앉아있다가, 방에 이불 뒤집어 쓰고 누워 있다가,,, 팔딱팔딱 난리가 났다. 그러고도 계속 분이 풀리지 않아 안방에 와서 이야기한다. 급기야 자기는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며 몸을 웅크리며 운다.


막내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형들이 미워 죽겠단다. 그럴만도.하겠다. 내가 보기에도 형들이 막내에게 시키는 심부름에, 이죽거리는 말이 거슬려 몇 번이나 이야기 했는데도 반복 되고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 막내를 데리고 형들이 있는 거실로 나갔다. 이러저한 막내의 심정을 들은 대로 형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이야기를 주고 받은 형제들. 아직도 막내는 화가 많이 나있다.


첫째가 형들에게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들어주겠다고 하니 막내가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욕하며 소리 지른다.


내가 보기엔 1분도 안걸렸는데 꾹꾹 눌러 참았던 것을 토해내니 속이 편해졌는지

"이제 다했어요. 시원해 졌어요" 한다.

충분히 이야기 하라고 더 하고 싶은 말 있는지 물었더니 두어마디 속에 남은 찌꺼기들을 토해낸다.

그리고는 진짜 토한 사람처럼 얼굴이 허얘져서 진이빠진 모습으로 이제 다 했다고 편안해졌다고 하는 막내.


그런 막내를 보니 내 막힌 속도 뚫린 듯이 덩달아 편안해진다. 애썼다고 등을 문질러 주는데 눈물이 솟는다. 3분이면 될 일을 얼마나 꾹꾹 눌러 참고 있었던거야. 그동안 괴로웠을 막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막내가 한바탕 시원하게 쏟아내고나서 형제들 간에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부탁을 주고 받고,,, 적극적이고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 하는 형제들.


그동안 불편했던 행동들에 대한 소소한 규칙들도 마련한다.


때리거나 욕하는 대신

<욕하고 싶을 만큼 화가난다>고 말하기.


화가 10까지 올라가기 전에 7정도에서 상대방에게 <그만!> 외치기. 이것을 남발하지 않기.


말 실수가 있어도 뜻을 알아들었으면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기.


이정도가 기억난다.

다행스럽게도 분위기 좋게 이야기가 잘 끝났다.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막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저녁 먹자는 아이들.


그래, 오늘은 맛있는 거 먹고 기분 좋게 놀다 자자.

마트에 가서 방어회와 광어회 사다 먹는 저녁.


우리집에 하루 종일 돌아가는 정글의 법칙.


어, 그러고 보니

우리집도 오늘 '정글의 법칙' 만들었는데!



동생에게 하고 싶은 욕 하라고 하는 형도 고맙고

욕이라도 해서 자기표현하며 푸는 막내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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