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 배달
월요일 오전 nvc공감 연습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출발하려는데 학원에서 문자를 받았다.
예비 중학생 큰 아들이 오늘도 친구들과 노느라고 학원에 빠지겠다고 연락을 했다면서... 지난번에도 빠졌으니 오늘은 이야기를 잘 해서 보내 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아들에게 전화하니 피시방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고 있단다. ( 그와중에도 따박따박 전화 받는 아들이 참 고맙다. 통화하느라 게임에서 졌다고 타박은 들었을 지언정... )
학원 선생님께 받은 문자 내용을 전하며...
엄마는 네가 친구들이랑 재미나게 노는 것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고, 즐겁게 놀길 바란다고,,,
그래서 다음부터 약속을 정할 땐 학원 시간을 염두에 두고 친구들과 만나서 마음 편히 놀면 좋겠다고 나의 뜻을 전달했다.
그리고 한 시간 안에 학원에 도착할 수 있겠는지 물었다.
언제쯤 학원에 갈 수 있는지, 학원에 가고 싶긴 한지.. 따위의 열린 질문은 피시방에서 신나게 게임하고 있는 아들에게 차마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
나 나름대로 절충안을 냈던 것 같다.ㅋㅋㅋ
그리고 집에 거의 다 도착해 가는데 집근처 편의점이 보였다. 밥은 먹었나? (사실 내가 배고파서 아들은 먹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전화로 물어보니 안드셨단다.
편의점에서 도시락하나 데워서 준비해 놓았다.
피시방 앞에서 기다리다가 차에 태웠더니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가방 챙겨서 가야 한단다.
그길로 차를 돌려 집에 들렀다가 차에서 밥 먹여서 학원에 1시간 조금 넘은 시간에 무사히 도착.
자기 할 일은 알아서 잘하는 아들도
게임에는 당해낼 재간 없는 정직한 14살이네~~^^
이런 상황에 그 전같으면 화가 나고도 남아서 pc방 금지에, 정신이 있네, 없네 하면서 줄줄이 규칙들이 늘어났을게다.
그런데 요즘은 별로 화가 나지 않는다. 그대신 아들이 밥은 제대로 챙겨 먹었는지, pc방 공기는 괜찮은지 그런 것에 신경이 더 쓰인다. 나의 변화가 신기하다.
그동안 nvc 비폭력대화 공감 연습 모임도 꾸준히 하고, nvc로 일상을 살고 싶은 마음에 nvc 비폭력대화 책을 필사하고 있다.
또 요새 창조성을 되살리는 아티스트웨이 워크숍을 통해 '~ 해야만한다'는 내면의 강요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고, 나의 완벽주의에서 비롯된 행동들을 계속 알아차리고있다. (써놓고 보니 뭐가 많네..^^;;)
아티스트 웨이 워크숍을 하며
내가 재밌는 일을 찾아서 신나게 노니 즐겁다. 내가 즐거움을 알아가는 만큼 타인의 즐거움도 존중하게 된다. 게다가 자신의 즐거움에 인색한 사람들에게 놀이와 재미의 즐거움을 부추기게 된다.
덕분에 일단 내 속이 편하다.
나에 대해서도 점점 너그러워진다.
그래서 그런가?
학원에 보내 달라고 메세지 보내주시는 선생님도 고맙고,
친구들과 pc방에서 놀고 싶은 아들도 그 나이에 너무나 당연한 모습으로 잘 자라고 있어 고맙고,
편의점 도시락으로라도 새끼 입에 들어갈 끼니 챙기는 어미노릇하는 나도 기특하다.
나에 대한 너그러움이 커질수록
타인의 욕구가 더 잘 들여다 보이기도 하고
내가 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얼른 찾아 내는 것을 보면 회복탄력성도 좋아진 것같다.
축하축하.
잘 하고있어!
토닥토닥~~
참고로...
다음번 학원 가는 날엔 시간을 잘 맞춰서 놀다가 제 시간에 학원 도착했다는 아들 ~~ ^^ 서로의 자율성과 신뢰를 확인하는 감사하고 기쁜 경험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