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Show
지난 수요일에 지키지 못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요일, 금요일, 일요일, 월요일까지 갈 수 있는 날은 공원에 갔다.
아쉽게도 만나지 못했다.
어제는 중고거래 앱에서 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장만한 아들 축구화를 개시하려고 공원에 나갔다. 그런데 그 꼬맹이들이 있는 게 아닌가!!
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세련되지 못한 어른의 말뽄새로 그 날 잘 놀았냐며, 아버지랑 같이 나왔었다고 들었다며, 회사가 늦게 끝났다며 장황한 핑계를 쏟아냈다. 꼬맹이들은 이 아저씨가 왜 이러지 하는 표정으로 당황해하고 있었다.
정작 필요한 말, 그리고 해야 할 말은 간단했다.
아저씨가 약속 못 지켰지. 미안.
축구 한 게임할까?
네!
13살, 8살 꼬맹이들이 한편,
나와 5살 아들이 한편으로 신나게 축구를 했다.
극적으로 15대 14로 우리가 이겼다.
이 꼬맹이들은 5살 아이를 배려하느라 거칠게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아들 녀석이 위험한 줄도 모르고 덤벼들면 슬쩍 몸을 피해 주었다. 그런 식으로 아들 녀석도 서너 골을 직접 넣었는데, 아직 어린 아들은 그걸 모르고 형들한테가서 자랑을 해댔다. 형들이 참 착했다. 그렇게 우리가 이겼다.
오랜만에 목덜미로 흘러내리는 땀이 셔츠를 적셨다. 다행히 오늘도 지갑을 챙겨 왔다. 지난번에도 우리 아들이랑 너무 재밌게 놀아줬는데, 아이스크림 하나 못 사준 게 못내 마음에 걸려서 공원 올 때마다 지갑을 챙겨 오고 있었다.
꼬맹이들은 낮에 아이스크림을 먹어서 음료수를 먹는다고 했다.
편의점 앞 파라솔에 앉아서 음료수를 먹자마자 꼬맹이들은 다시 축구하러 가고, 우리 부자는 집으로 왔다.
아이들은 나를 전혀 미안하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나는 부채감을 덜어 좀 홀가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