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역사를 아들과 함께한다는 것
거부(巨富)가 된 것도 아니며
입신(立身)을 한 것도 아니다
사제간의 끈을 쥐고 있는 것도 아니며
선후배 간 교량할 깜냥도 못된다
지방서 홀로 상경하여
교정 안이 온 세상인양 알았는데
떠나보니 다시 한번 가는 길이 오만리나 되었나
5살 아이 손을 붙잡고 다시 간 모교는 그대로였다
방학 때문일까 코로나 때문일까
너무 한산해서 마음이 서글펐다
이름없는 선배가 열심히 살지 않은 탓일까 싶어
여기가 아빠 교실
여기는 아빠 기숙사
여기서 담배 많이 폈었지
저기서는 술도 많이 마시고
술 담배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뭐가되고 싶어
넌 더 좋은 데 갈 수 있지
하지 않은 게 너무 다행이다
아이와
그냥 왔다가
그냥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