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니고 너도 아니면 어디로 갔을까
긴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아서 확실하게 나 아니라고 말하긴 어려웠지만 아닌 것 같음은 확실했다.
어제 재택근무할 때 전화가 많이 와서 꽂고 통화한 기억은 있다. 그러나 그 뒤 기억이 없다. 책상 위에는 당연히 없고, 소파 밑, 브리프케이스, 패딩과 바지 주머니, 심지어 냉장고까지,, 아무 데도 없다. 아무리 해가 바뀌고 한 살을 더 먹었기로 소니 이렇게 새하얗게 기억이 안 날 수가 있나?
에어팟.
와이프 생일선물로 사준,
와이프보다 내가 더 자주 쓰는.
그나마 있을 만한 곳을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자, 의심의 눈초리는 슬슬 원망의 눈빛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삼십 분간 집 안을 샅샅이 뒤지면서 부산을 떨고 있으니, 이제 갓 여섯 살 된 아들이 외이프에게 묻는다.
엄마 뭐 찾아?
응, 이어폰
아! 콩나물?
웃으면서 안방으로 뛰어간다. 그러고서는 옷장 속의 서랍장을 열더니 내가 숨겼는데? 하면서 에어팟을 꺼낸다.
어? 왜?
엄마껀데 자꾸 아빠가 써서
와이프와 나는 마주 보며 한참을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위풍당당했다.
엄마는 든든하겠어 아빠로부터 지켜주는 아들도 있고.
엄마 지켜준다고 하지 말고 엄마 말이나 잘 들어 짜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