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한 달 후
밤 10시
들어간 지 5분 만에 와이프가 아이 방문을 닫고 나오면서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우리는 와인 한 병을 꺼내고 마주 보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했다. 이제는 잠깐 재워주기만 하고 자기 방에서 혼자 자게 된 것이다.
8박 9일 여행을 다녀온 나와 와이프는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렸던 일들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아이도 정든 어린이집을 떠나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 세 가족 모두 제주 여행이 한 여름밤의 꿈이었던 듯 각자의 자리에 다시 적응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아이는 여전히 수염 때문에 뽀뽀해주지 않으며, 나랑은 자려고 하지 않고, 악당이라며 장난감 칼을 겨눈다. 예전엔 서운했던 이런 행동들이 이제는 전혀 서운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지금 이번 여행의 마지막을 복기하고 있다. 한 달에 걸쳐 여행을 복기하는 동안 여행에서 찍었던 많은 사진을 보고 있을 때, 아이가 내 무릎에 파고 들어와 좋았던 기억들을 이야기한다.
하랑아, 아빠랑 여행 또 갈까?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