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 베리 핫케이크
메이플 시럽에 적셔 먹어야지
나 어렸을 적,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비디오&만화책 방이 동네마다 있었다. 우리 막내 이모네(다섯 번째)도 잠깐 운영했었는데 그때 내가 사회 초년생이라 잠깐 일을 쉬고 도와드렸던 기억이 있다. 사실 말이 도와드린 거지 내가 보고 싶은 만화책, 영화를 실컷 볼 수 있었던, 지금 말하면 꿀 알바 중에 제일 달달한 꿀이었다.
엄마는 책을 안 좋아하는데(만화책 순서를 보기도 힘들어함,,) 나는 예전부터 막내 이모의 영향을 받아 책을 좋아한다. 소설이든 만화든 인문서이든 다양한 것들을 많이 접했다. 그중 머리맡에 수북이 쌓아 놓고 밤새 읽었던 책이 있었으니 바로 "꽃보다 남자". 그리고 나에게 강렬했던 루이의 핫케이크 먹는 법까지 기억난다.
주인공만큼이나 많은 소녀들의 사랑을 받았던 조연(?) 루이는 그 야리야리하고 뽀얀 피부를 갖고 몽환적인 눈빛으로 메이플 시럽을 가득 뿌린 핫케이크를 먹어낸다.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컬러가 아닌 흑백 그림인데도 불구하고 입 맛을 다시게 하더라.
달걀과 우유만 있으면 돼
우리나라 꽃보다 남자의 루이가 하얀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했듯이 만사가 귀찮은 점심에 달걀과 우유만 있다면 맛 좋은 핫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 90년대 초에 우리 넷째 이모가 집에서 많이 만들어주었는데 나도 다 커서 만들어보았지만 이상하게 이모가 만들어준 것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 나더라. 그래서 도대체 뭐가 문제지 싶어서 고민해보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 이모는 물이 아닌 반드시 우유를 넣어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조리법에는 물을 넣어도 된다고 하지만 아니다. 우유를 넣은 그 깊은 맛은 물이 절대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그 뒤로는 무조건 핫케이크 반죽에 달걀과 물을 넣어 구워 먹고는 한다. 그리고 그때그때 적절한 과일 등을 올린 뒤 달달한 메이플 시럽이나 혹은 꿀을 뿌려 주면 완전 꿀 맛 :)
바나나&베리 핫케이크 재료
핫케이크 가루 100g
달걀 1 개
우유 반 컵
올리브유 살짝
블루베리
바나나 한 개
버터
꿀 (메이플 시럽)
슈가파우더 (생략 가능)
1.
핫케이크 가루 100g과 달걀 1개, 우유 반 컵을 넣고 반죽해준다.
2
팬에 올리브유를 살짝 바른 뒤 노릇하게 앞 뒤로 구워 준다.
3
바나나는 먹기 좋은 사이즈로 슬라이스 해 준비해준다.
4
잘 구워진 핫케이크를 먼저 접시에 담아준다.
5
슬라이스 바나나를 옆에 나란히 둔다.
6
조각낸 버터를 핫케이크 위에 올려준다.
7
블루베리를 무심한 듯 뿌려준다.(그래도 신경이 쓰인다. ㅋㅋ)
8
꿀(메이플 시럽)을 적당히 뿌려준다. 개인적으로 흠뻑 적셔 먹는 게 최고 :)
9
마지막은 슈가파우더를 뿌려 마무리해준다.
바나나&베리 핫케이크
매우 간단하면서도 우리 집을 금방 브런치 전문점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아 마냥 기분이 좋다. 주변에서 말하기를 어쩌면 이렇게 푸드 에세이를 쓰다가 브런치 식당을 차리는 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그럼 이참에 요리의 기쁨을 브런치로만 구성해볼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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