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처음 맛 본 순간
Egg benedict , please
2002년 , 외동인 나에게 4명의 언니들이 생겼다.
캐리, 사만다, 샬롯, 미란다
맞다. 처음으로 섹스 앤 더 시티를 알게 된 해였다. 그 언니들은 항상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스타일로 브런치 전문점인 사라베스에서 뉴욕의 주말 아침을 연다. 그때 알게 된 에그 베네딕트.
2000년대 초면 고등학생이라 피자, 치킨이 더 좋았을 나이라 관심도 없었고 그때만 해도 뉴욕에 가야지만 먹는 음식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청담, 압구정에 줄줄이 에그 베네딕트를 판매하는 브런치 전문점이 들어섰다. 나와 에그 베네딕트의 첫 만남은 청담 오아시스였다. 워낙에 유명한 곳이기도 했지만 방송에 한 번 출연하자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 먹는 사람들도 생길 정도였으니 그곳에만 가면 마치 강남이 아닌 맨해튼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연어, 새우 등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하여 즐길 수 있었는데 여러 가지 재료 중 단연 이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건 노란 빛깔의 홀랜다이즈 소스.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데다 그렇다고 느끼하지도 않으니 내 입 안을 감싸는 풍미가 아직까지 기억난다. 그 뒤로 몇 번이고 오아시스를 방문했고 그 외에도 에그 베네딕트가 유명하다는 곳을 찾아다니고는 했다.
어느 주말 아침, 침대 위에서 뒹굴고 있는데 에그 베네딕트가 미친 듯이 생각이 나더라. 그 부드러운 소스와 고소한 노른자가 톡 하고 터지면서 밑에 깔려 있던 재료들을 상상하게 되었다. 안 되겠다 싶어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에그 베네딕트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불을 걷어차고 아침부터 이마트에 가 장을 봤다. 그런데.
맙소사, 잉글리시 머핀이 없다.
에그 베네딕트의 생명인 머핀이 동네 빵집에 없었다. 모닝빵을 사야 하나 싶은 순간 마치 나를 가져가 달라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던 플레인 베이글을 발견했다. 그래 뭐, 나 혼자 먹는 건데 뭐 어떤가. 사진처럼 이렇게 훌륭한 비주얼로 완성된 데다 왜 맛있는 건지 나도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에그 베네딕트 레시피
잉글리시 머핀 (글쓴이는 베이글 사용)
시금치
달걀
베이컨
새우 (생략 가능)
아보카도(생략 가능)
+ 홀렌다이즈 소스 재료
버터
달걀노른자
레몬즙
머핀 : 아무것도 두르지 않은 팬에 앞 뒤로 노릇하게 구워준다.
시금치 : 올리브 오일을 두른 팬에 소금을 한 꼬집 뿌려 살짝 볶아 준다.
베이컨 :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앞 뒤로 살짝 익혀준다.
새우 : 버터를 두른 팬에 올려 앞 뒤로 노릇하게 구워준다.
달걀 : 노르자가 터지지 않게끔 수란을 들어 준비한다.
아보카도 : 얇게 슬라이스 하여 올려 준다.
홀렌다이즈 소스 : 달걀노른자만 분리한 뒤 레몬즙을 살짝 뿌려 거품기로 믹싱 해주며 전자레인지에 녹인 버터를 조금씩 부어준다.
나의 언니들이 즐겼던 에그 베네딕트 완성
수란의 비주얼이 그냥저냥이지만 노른자가 톡 하고 터지는 건 아주 만족스럽다. 워낙에 아보카도를 좋아하는 나인지라 듬뿍 넣어 버렸다. 식감에서부터 풍미까지 , 내가 만들었다고 믿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평범한 주말을 뉴욕 도심 한복판으로 데려다준 요리의 기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