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나의 사생활

by 유영원


그들은 특별히 나와 달라 보였다. 그게 첫 번째 감상이었다. 새 회사 입구 앞에서 보안앱을 실행하고 카메라와 녹음기능을 차단했다. 그 세계에 들어가려면 준비할 게 많았다.


고양이 다람이를 처음 데리고 온 날은 올해 1월이었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엉겁결에 길에서 주웠다. 부서를 옮긴 것과 거의 비슷한 시기였다. 자는 모습을 보여주면 경계를 푼다는 인터넷의 말에 나는 같은 방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야생의 동물이 같은 방, 내 이불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에 긴장했다. 첫 출근 날 만큼이나 다람이도 낯설었다.


낮 동안 옆 자리 선배가 목청 높여 모든 사람들의 전화 통화에 끼어드는 소리를 듣는다. 그는 우리 조직에서 가장 연차가 오래되었다. 과장님 조차 그의 의견에 반박하지 않는다. 부서에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 회사엔 남자가 많다. 하루 종일 큰 웃음소리, 비꼬는 소리, 짜증내는 소리를 듣다가 도어락을 누르고 집으로 들어선다. 그때부턴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밥을 달라 조르는 야옹 소리가 있을 뿐.


회사에서 가장 적응이 되지 않았던 건 사람들이 아무 데서나 옷을 벗고 갈아입는단 거였다. 커튼 하나로 나눈 탕비실에서 땀내 나는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타이밍을 잘 맞춰야 헐벗은 그들과 마주치지 않을 수 있다.


회사 안에는 숙소가 있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산다. 바깥 회사와는 다른 생활감이 곳곳에 묻어있다. 버려진 슬리퍼, 낡아 떨어진 티셔츠, 마트에서 파는 생활용품들. 밖에 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퇴근하면 모두 같은 아파트에서 자고, 주말엔 근처에서 마주친다. 처음에는 다들 사생활이 없나 싶었다.


다람이가 수술 상처를 물어뜯어서 연차를 쓰고 집에 갔던 날이 있었다. 중성화를 하고도 집에 혼자 두는 게 마음에 걸렸다. 입혀놓은 환묘복까지 벗어둔 펫캠 속 다람이가 걱정돼 휴가를 썼다.


“집에 애가 있어서요.”


퇴근하며 농담을 던지니 모두가 웃었다. 옆자리 선배가 가장 크게 웃었다. 누가 들으면 오해하지 않겠냐고 큰 소리로 나무랐다.


나는 초조해하며 4층 계단을 뛰어올라가 4킬로짜리 캐리어를 들고 택시를 탔다. 다람이가 핥아놓은 상처는 깊게 벌어져 속살이 벌겋게 들여다보였다. 의사 선생님이 이러다 내장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겁을 줬다. 손을 떨며 넥카라를 몇 단 더 조여 끼웠다. 나 말고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생명. 그 무게는 아무래도 가볍지는 않았다.


다음 날 출근해서 아무래도 육아휴직을 해야겠다고 했다. 사람들이 웃었다. 진짜 육아휴직은 언제 할 예정이냐 물었다.


그들의 머릿속에선 고양이는 내가 휴직을 못하게 하는, 가정을 꾸리지 못하게 하는 그래서 내가 사생활을 가질 수 없게 하는 허들이다.


나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웃어버린다. 은유가 되어버린 나의 삶을 지키기 위해. 고양이는 사생활 그 자체이니까.


도어락을 눌러 문을 살짝 열고, 신발을 벗는다. 다람이가 마중을 나오며 야옹거린다. 손을 씻고, 밥을 주고, 침대로 뛰어오른 다람이를 쓰다듬는다. 책을 읽거나 장난감으로 놀아주기도 한다.


밤이 오면 다람이는 나와 이불속에서 웅크린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끼리 그렇게 하듯이.


아침이 와서 집을 나설 때 나는 다람이가 집을 나갈까 봐 창문을 꼭꼭 잠근다. 그가 사라지면 무너질 나를 위해서.


말을 거는 대신 야옹하는 고양이. 아프면 119도 못 부르는 고양이. 쓸모없는 고양이!
하지만 이 쓸모없는 존재를 지키지 못하면 나는 삶에서 어떤 의미도 찾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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