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다르다고 느낀 건

by 유영원




15살에, 나는 내가 유난히도 다른 이들과 다르다고 느꼈다. 그건 그냥 느낌이기보다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강렬한 계시에 가까워서, 살아있는 동안에는 극복해 낼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내게는 없는 곡선을 과시하듯 드러내는 줄여 입은 교복과 흰 피부의 그 애들과는, 쉬는 시간마다 속닥대며 하굣길에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쌓아가는 그 애들과는 도저히 같은 공기를 마시고 산다고 믿기 어려웠다. 내 존재가 수치스러워 나는 도서관으로 숨어들었다. 체육복 바지를 치마 아래 받쳐 입고 다른 세계의 일에 골몰했다. 유령처럼 나는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고 이질적인 세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때가 지난 지는 벌써 20년이 넘었지만 그 시절에 찾아온 병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세상과 불화하는 치기를 소중히 여기는 나르시시즘과 함께 이 또한 병으로 치부해 버리는 자의식 또한 내게 있다. 나는 나의 병이 수치스럽다. 그것이 이니드를 오래 기억하는 이유다.


좋아하는 영화 <판타스틱 소녀 백서>에는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소녀 이니드가 나온다. 바보 같은 학교, 바보 같은 졸업과 취업, 더 바보 같은 사람들. 그들은 아무도 세상을 사랑하지 않지만 세뇌된 채로 둥둥 거리 위를 떠다닌다. 이니드에게 사회란 적응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거부할 수밖에 없는 무엇이다. 인생의 단계에 맞춰 온전히 정상화되기를 압박하는 세상을 거부하는 이니드에게 오래된 레코드와 잡동사니를 모으며 작게나마 자기 세계를 보존한 것처럼 보이는 중년 시모어는 영웅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그것은 사랑에 빠진 자의 환상일 뿐이다. 시모어는 세상을 등진 영웅이 아니다. 그는 이니드를 거절하고 다른 여자를 선택한다. 그 여자는 시모어의 세계를 이니드만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나이와 외관이 시모어에게 더 적합하다. 거절당할 때의 이니드의 표정에는 익숙한 감정이 깃들어 있다. 상처보다 앞서는 깊은 수치심이다. 믿어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해받을 기대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환상에 또 한 번 배신당하고 말았다는 수치심.


출판사를 다니던 시절, 왜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마음. 결혼식에서 마주치는 대학 동창들에게 다니는 회사를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은 마음. 내게도 뚜렷했던 그 모든 욕망을 뒤로할 만큼 출판에서 나와 닿아있는 무언가를 느꼈다고 고백하고 싶지 않았다. 어렴풋이 예측했던 배신의 때에 수치심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사랑과 환상을 가진 자를 삶은 번번이 배신하므로.


나는 아직도 사춘기의 병을 앓고 있다. 나는 시모어이자 이니드다. 더 적합한 직장을 찾아 나선 배신자이자 환상과 달랐던 노동현실에 눈뜬 프롤레타리아다. 시모어의 잡동사니처럼 소중한 책들을 구석 한편에 잔뜩 쌓아놓는다. 힘든 날에는 어렸을 적 그랬듯 아늑한 굴 속으로 파고든다.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곳까지. 보물들을 하나하나 쓸어보며 이니드를 생각한다. 나는 특별하다고.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앞으로도 기대를 걸지 않을 것이라고. 수치스러운 표정을 또 한 번 지을 일 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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