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화 Nov 09. 2023

서서울호수공원

날아오르자, 인생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환경 문제가 심각한 요즘 최대 화두는 무엇일까? 아마도 ‘재생’ 일 것이다. 이 ‘재생’과 ‘물’을 테마로 조성된 친환경 자연공원이 있다. 바로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서서울호수공원’이다. 옛 폐수처리장의 흔적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자연미술관의 면모로 다시 태어난 곳. 예술의 향기 가득한 재생공원을 걸으며,  ‘인생의 재생’도 아울러 사색하기에 딱 좋은 장소이다.




물과 재생의 공간


서울에 이토록 아름다운 산책로와 호수가 있는 공원이 있다니 감사할 일이다.

물과 재생의 공원 다운 면모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게 조성되었다.

입구 쪽에는 100인의 식탁이 있어 시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그 뒤에 펼쳐진 열린 풀밭과 상수관 조형물은 이곳이 정수장이었음을 상기시켜 준다. 군데군데 수도관을 개조한 자전거 보관대, 벤치가 보인다. 그중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식물이 심어져 있는 수도관이다. 50년 전 정수장이 힘차게 돌아갈 때는 이 수도관을 통해 주민들에게 식수를 제공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식물을 품어 자라게 하고 있으니, 수도관으로서의 용도를 다하고도 평생토록 생명을 키워온 본연의 모습으로 남고 싶었던 걸까? 세상이 바뀌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끝까지 해내고 있는 모습이 고귀하다.



100인의 식탁과 수도관 벤치


호수를 따라 산책로를 걷다 보면 가을이 호수에 비쳐, 어느새  마음에 반사된다. 특히 중앙호수에 비친 노란 은행나무 물결은 일품이다. 호수 가장자리에는 바깥세상의 소란스러움에도 아랑곳없이 낮잠을 자는 수련이 둥둥 떠 있다. 호수중앙에 일렬로 죽 늘어선 하얀 원형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소리분수’란다. 비행기가 지나갈 때마다 그 소리에 반응해 분수쇼를 펼친다. 10월까지만 운영하기 때문에 지금은 보지 못함이 아쉽다. 가만히 상상해 본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10월 어느 날, 호수 위를 나는 비행기의 지휘에 맞춰 분수대가 하프의 현을 튕기듯 연주하는 모습을. 자연이 연주하는 최고의 공연이리라. 이곳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날 다시 와보고 싶다.



산책로와 호수
수련과 소리분수대


몬드리안 정원


이곳이 자연미술관을 표방하는 이유는 몬드리안 정원이 있기 때문일까? 네덜란드의 추상 화가인 몬드리안의 구성 기법을 살려 수평과 수직이 조화를 이루는 정원을 재생시켰다. 옛 정수장 기둥이나 벽면, 침전조 일부를 그대로 보존함으로써 몬드리안 다운 현대적 감각 속에 과거가 보석처럼 박혀 빛나고 있다. 특히 콘크리트 구조물을 휘감고 올라간 담쟁이덩굴의 모습은 젊음과 노년 그리고 죽음을 맞는 사람의 일생을 연상케 한다.




몬드리안은 점 섬 면만을 이용한 ‘차가운 추상’의 거장으로 꼽힌다. 이 정원은 그의 대표작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을 자연 속에 구현해 놓은 듯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꽃과 갈대, 물이 있어 ‘따뜻한 추상’으로 구현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그렇기에 채색 도구가 필요치 않다. 직선으로 뻗은 고동색 수로, 빨간 단풍잎, 파란 하늘 그리고 노란 국화꽃과 갈대, 세월에 부식된 회백색 콘크리트 벽이 그 색감을 대신하고 있으니 말이다.

인공폭포에서 떨어져 수로를 따라 정원을 순환하는 물은 이곳의 과거가 현재로 흘러오고, 현재가 과거로 흘러가는 시간의 영속성과 재생의 힘을 보여준다.  11월이라 폭포와 수로의 물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또 남는다.


몬드리안 정원


이 정원 상부  2층 옥상정원에는 폐허처럼 노출된 철근 콘크리트 기둥을 타고, 담쟁이덩굴이 늠름한 기세로 뻗어 있다. 날마다 풍화하는 기둥에 기대어  보란 듯 성장해 가는 것이 아름다운 청년을 보는 듯하다.

또 2층 하늘로엔 호수를 전망할 수 있는 철제로 만든 긴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앞에서 보면 비행기 같다. 여기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사람은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될 터이다. 그러니 여유로운 마음으로 잠시 허공에 걸린 시를 읽거나,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호수공원의 멋진 풍경을 감상해 보라.



옥상정원
2층 하늘로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호수공



재생공원에서  ‘인생의 재생’을 꿈꾸다.


이곳은 김포공항이 인근에 있어, 들고 나는 비행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크게 들리는 소음마저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는 효과음악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비행기는 늘 멀고 새로운 공간에 대한 설렘과 꿈을 꾸게 만든다.

오늘 한가로운 가을 소풍이 설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아마도 산책하는 내내 떠오른  한 단어 때문일지도 모른다. 바로 ‘르네상스’이다. 물과 재생, 과거와 현재,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재생이라는 의미의 르네상스가 떠오른 것도 우연은 아닐 터이다.

설렘, 꿈, 자유를 가진 인간이 인간으로서 빛나던 시대, 인간문화가 찬란히 꽃 피던 르네상스 시대를 내 삶에도 부활시키고 싶다. 중세처럼 경직화된 중년인 지금이야말로 활달자재한 청춘의 숨결을 불어넣어 인생의 재생, 인생의 르네상스 시기를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닐까?

서서울호수공원에 가면 그 꿈을 향해 날아오르게 는 마법쇼가 펼쳐진다.

착륙과 이륙을 바라보며



작가의 이전글 변화의 즐거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