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나는 ADHD 01화

내가 설마 ADHD겠어?

나는 ADHD EP01.

by 소양

"100%야"


입사 후 몇 주간 나를 살펴보던 사수가 내게 말했다. 분명히 ADHD가 맞으니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라는 것이다.


"에이, 제가 맞으면 세상 사람들 다 ADHD게요?"


널브러진 책상을 감추며 변호하듯 대답했다. ADHD라고 의심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꽤 특이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평균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정돈되지 못한 책상, 4차원적인 사고방식, 왕성한 호기심,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어 하는 성향 등등 평균에서 그렇게 벗어나는 수준이라 생각해 보진 않았다. 그냥 조금, 아주 조금만 다른 것이라 생각했다.


사수는 이미 ADHD 진단을 받았기에 허투루 한 소리는 아니다 싶어, 병원을 찾아갔다. 여러 검사를 신청했고, 확실히 하기 위해 뇌파검사까지 진행했다. 뇌파 검사를 할 때 간호사님이 머리에 측정단자를 이것저것 붙여주셨는데 다 붙이고 나니 모양새가 꼭 파마할 때 같았다.


'미용실에 온 것 같다고 얘기해 보자.'


머릿속의 장난꾸러기가 유혹했다. 사뭇 진지한 검사 분위기에 장난 한번 쳐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심각한 상황도 아니고 얘기해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시원하게 뱉어냈다.


"우와 미용실에 온 것 같아요. 하하핫"


나름 재미있는 농담을 한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분위기는 싸했다. 검사 준비를 해준 간호사님은 익숙한 상황이라는 듯이 별 대응을 하지 않으시며 검사 유의사항을 알려주고 나가셨다.


"ADHD입니다."


검사결과를 보며 의사 선생님이 진단을 내리셨다. 마치 오랜 누명을 쓰다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처럼 안도감과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오랫동안 이름 없이 자란 가여운 아이에게 첫 이름이 생긴듯했다.


경사가 생긴 것 마냥 가까운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었다. 그러나 ADHD에 대한 인식이 있기에 그들이 걱정하진 않을까 싶어 참았다. (이후 알고 보니 ADHD환자가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주변에 ADHD임을 섣불리 얘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날부터 미친 듯이 ADHD를 파기 시작했다. 유튜브 영상, 책, 커뮤니티 등등. 새 가족이 된 아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사고, 알아야 한 것들을 공부하듯이 ADHD를 공부했고 필요한 책들을 샀다.


그리고 그제야 지난날 내 행동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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