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나는 ADHD 04화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만 알아

나는 ADHD EP04.

by 소양

오징어게임1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장면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상우와 기훈의 말다툼 장면이다.


"하 X발 기훈이형!"

이라는 대사로도 유명하다.

EP04.png 오징어게임1 장면


상우는 이어서 이런 말을 한다.


"똥인지 된장인지 X먹어 봐야만 아는 인간이니까."

어? 근데 내 얘기잖아. 괜히 찔린다 싶다.


실제로 내가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잘 믿지 않는다.

의심이라면 의심일 수도 있고, 호기심이라면 호기심일 수도 있겠다.

여기에 '내가 하면 다를 수 있어!'라는 호기 넘치는 생각도 한 스푼 들어가 있다.



날씨 좋은 어느 날, 집 근처 강변산책로를 따라 기분 좋게 걷고 있었다.

그러다 절벽 같은 구간이 있었는데 별로 높아 보이지 않아 뛰어내릴만해 보였다.

문득 궁금했다.

'저 정도면 뛰어내려도 안 아프지 않을까?'

고민을 하기도 전에 이미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폴짝

"아야"


생각보다 높았던 것이다. 부상이랄 건 없었지만 3일 정도 오른쪽 골반이 콕콕 쑤시는 부작용을 얻었다.


그걸 굳이 왜 뛰어내리냐고?

나도 잘 모르겠다. 머릿속에 정신 나간 행동하기 스위치가 종종 켜지나 보다.



한번은 겨울철에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2차로 가던 중, 근처 호수가 꽁꽁 얼은 것을 보고 자연스레 얘기를 나누었다.


"저기 들어가면 깨질 것 같냐?"

"고? 다이?"

"바로 고"


'깨진다'파와 '깨지지 않는다'파로 나뉘었고, 그걸 왜 들어가냐는 기권파도 있었다.

'깨지지 않는다'파의 행동대장으로서 앞장서서 내려갔다.

근데 또 겁은 많아서 친구들끼리 손을 이어 잡아 혹시나 빠지더라도 안전하도록 보험을 들었다.


결과는 깨지지 않는다였다. 얼음 위에서 동심으로 돌아가 놀려고 하다 관리자분께 쫓겨나며 마무리되었다.




이런 성격이 일상에서 재미난 에피소드를 만들어준다면, 일을 할 때는 꽤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며 고민도 안 해보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거나 더 효율적으로 개선하지 않을 때 정말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건빵 한 봉투를 우유도 없이 스트레이트로 먹는 기분이다.

그렇다 보니 일을 할 때 이미 고착된 것들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개선하고 싶은 욕구들이 많다.


물론 적지 않은 경우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되지만, 실제로 개선해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설령 개선하지 못한다 해도 실제로 행동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좋기도 하다.



그런데 이 성격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바로 계획력 부족이다. 즉흥적인 성격 덕분에 덕을 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때문에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무대뽀로 들이대보는 것도 좋지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계획도 필요했다.


"일단 부딪혀서 실행을 해본 뒤 이를 가다듬고 심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성장을 위한 다음 스텝을 밟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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