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나는 ADHD 03화

'Why' 폭격기

나는 ADHD EP03.

by 소양

"오늘부터 하루에 질문 최대 5개만 해."


입사 후 연신 "왜요?"를 남발했던 나에게 사수는 칼을 빼들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수많은 질문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업무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지 않거나 혼자서 고민해 보면 해결할 수도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브런치ep03..png 출처 : MBC 진짜사나이

급한 성격과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성격 탓에 정신 차리면 사수 옆에 서서 질문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사회초년생이었고 분별력이 부족했다지만 스스로 돌이켜보기에도 심하다 싶긴 했다.


그래도 호기심을 유지한 덕분에 질문 제한령 이후 더 도움이 될만한 질문들을 많이 하였고, 묻지 않았다면 놓칠 수 있는 것들도 챙기며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런 호기심이 일상생활에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많이 주곤 한다.

한 번은 야밤에 한강 산책을 하는데 그날따라 사람이 북적였다. 가까이 가보니 촬영을 하는 듯했다. 궁금병이 발동해 무슨 촬영인지 묻고 싶었다. 그중 앉아서 쉬고 있는 사람이 있어 저 사람이다 싶어 다가가서 물어봤다.


"혹시 지금 어떤 촬영하고 있는 거예요?"


근데 웬걸, 모장 가려진 얼굴을 자세히 보니 좋아하는 유명 배우였다. 왠지 연애강의를 납득이 가게 잘할 것만 같은 그 배우는, 내가 깜짝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말을 붙여줬다.


그 후 꽤나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엉겁결에 즉석 1:1 팬미팅을 하게 된 것이다. 촬영하나 보다 하고 그냥 지나갔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특별한 추억이다.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는 으리으리한 가정집 구경을 하게 된 적이 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한 이 집은 밖에서 봤을 때 마치 숙박시설처럼 보일 정도로 규모가 꽤나 크고 삐까뻔쩍했다. 대문이 열려 있길래 숙소인가 싶은 마음에 들어가 봤다.


"계세요~?"


인기척에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한 분이 나오시더니 '여길 왜 들어왔지?' 하는 표정으로 날 보셨다.


"앗 혹시 가정집인가요? 건물이 너무 예뻐서 숙박시설인가 하고 구경하려고 들어와 봤는데 죄송합니다. 혹시나 실례가 안 된다면 구경을 해도 괜찮을까요?"


"허허. 그래요 들어와서 구경해 봐요."


죄송하단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구경 부탁을 해버리는 뻔뻔함 때문인지 어르신은 재밌어하시며 나를 집 안으로 초대하셨고 마치 가이드처럼 집과 집안 역사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다. 알고 보니 제주도에서 꽤나 이름 있는 집안이었다.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기회가 되면 또 뵙고 싶어 연락처를 남겨도 되냐고 묻고 메모지에 남겼다.

그 당시 철학에 엄청 꽂혀있었기에 어르신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기도 했었는데, 거기서 더 나아가서 메모지에도 이상한 소리를 적어버렸다.


'철학에 관심 많은 청년 010-XXXX-XXXX'


문제는 어르신네 가족분들이 돌아오시고 저녁식사를 하며 나에 대한 얘기를 나누셨는데 누가 봐도 사이비 청년같이 보였던 것이다.

결국 어르신은 나에게 연락을 해 상황을 얘기하고 연락을 안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하시며 짧은 인연은 마무리되었다.


뒷맛이 좀 씁쓸하긴 하지만 여행 중 우연히 경험한 재미난 추억이다.



여행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혼자서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마치 로봇청소기마냥 길을 꼼꼼히 훑고 지나가기에 그만큼 남들이 경험하기 힘든 일도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이런 호기심이 때론 스스로도 과한가 싶기도 했지만 꾸준히 성장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주변을 바라보면 똑같은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호기심 덕분에 나는 항상 배우고 싶은 것을 찾고 꾸준히 성장하려는 욕구가 강해 지루할 틈이 많지 않다.


시간이 지나며 호기심은 조금씩 성숙해지며, 예전에는 얕고 넓었다면 점점 좁고 깊은 'Why?'로 바뀌어 커리어를 깎아나가고 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버거운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면 ADHD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핑계를 대며 묻어가야 하는 걸까?

당연히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의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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