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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손을 떼시오, 세계는 지금 무역 중

트럼프발 관세 폭탄 이후, 우리가 마주한 경제의 얼굴

by 가다은

손을 떼시오, 세계는 지금 무역 중입니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 이후, 우리가 마주한 경제의 얼굴


‘Hands off!’
노란 장갑처럼 생긴 피켓이 거리 위로 솟구친다.
누군가는 고개를 흔들고, 누군가는 주먹을 쥔다.
그들의 입에서는 한결같은 문장이 흘러나온다.
"우리의 책에서, 아이들로부터, 헌법에서 손을 떼라."

그 문장이 이제는 경제에도 붙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생계에서, 노동에서, 환율에서 손을 떼시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언한 ‘해방의 날’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경제에 족쇄를 채우는 날이 되었다.



관세라는 이름의 충격 요법

2025년 4월 2일,
트럼프는 미국이 수입하는 전 제품에 10%의 기본관세를,
무역흑자가 큰 나라들에겐 최대 34%까지의 고율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그의 말은 간단했다. “관세는 아름다운 것”이라고.
그러나 시장은 떨고 있었다.

이틀 사이에 뉴욕증시에서는 6조6000억 달러가 증발했다.
애플, 테슬라, 아마존이 무너졌고
코스피에서는 사이드카가 작동되었으며,
원-달러 환율은 1460원을 넘고
안전자산이던 금마저 무너졌다.

이것이 치료제라면,
과연 누구의 병을 위한 약인가?



봉제산업의 비명, 재봉틀 너머의 무역

‘갭’과 ‘제이씨페니’는 말한다.
“우리도 힘드니, 관세는 반반씩 부담합시다.”
국내 OEM·ODM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인다.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로 옷감을 보내 만든 옷들이
미국 항구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부담'이 되어 돌아온다.

이윤은 10%도 되지 않는데,
관세는 25%, 30%를 넘나든다.
기업은 조용히 말한다.
“우린 페니 비즈니스입니다. 이젠 단위조차 무의미하죠.”

장인의 손보다 숫자의 칼날이 먼저 옷을 자르고 있다.



경제는 숫자 이전에 감정이다

지표는 말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넉 달 연속 "경기 하방"을 외친다.
건설업은 무너지고, 서비스업은 지지부진하며,
수출은 흔들리고, 소비는 멈칫거린다.

그러나 숫자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건 사람들의 표정이다.
장바구니를 붙든 손끝의 망설임,
서랍 속 계산기를 꺼내 드는 중소기업 대표의 한숨.
숫자보다 먼저 울리는 것은 '심리'다.

경제는 결국,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더 불안해졌는가,
그 질문으로 정의된다.



리더 없는 리스크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정치는 잠시 숨을 골랐지만
경제는 방향을 잃은 채 흔들리고 있다.

추경 이야기가 오가고,
정책금융이 어딘가로 흐르긴 하지만
누가 어디로 흘려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장 시급한 건,
버티지 못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이다.
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게 시장의 원리죠.”
그러나, 우리는 사람이다. 낙엽이 아니다.



무역이라는 이름의 문명

이번 관세 전쟁은 단지 돈과 돈의 싸움이 아니다.
세계는 지금 새로운 무역 질서를 다시 그리고 있다.
WTO는 위태롭고, 공급망은 해체되고,
각국은 자국 우선주의의 깃발을 세운다.

한국 역시 선택을 해야 한다.
종속이냐, 재편이냐.
한때는 수출로 부흥을 이룬 나라였지만
지금은 그 수출이, 우리를 가두고 있다.

이제는 산업의 지도 위에 사람을 다시 그려야 할 시간이다.
그리고 이렇게 외쳐야 한다.
“손을 떼시오. 우리는 우리 삶을 지킬 것이다.”



끝으로

이 글은 정치도, 금융도 아닌
그 둘 사이에 낀 ‘생활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 번도 뉴스를 클릭하지 않던 사람도
마트의 가격표를 보면 느낄 겁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느낌이 바로,
우리가 싸워야 할 현실입니다.


� "Hands off our rights, our books, our labor, our 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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