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월요일 아침이었다.
몇 달 동안 스트레스 지수가
끓어오르기 직전까지 오르고 있었다.
출근시간이 지나자 박팀장은
당연한 듯 아침회의를 소집했다.
이성의 끈이 끊어진 건 박팀장의 말 때문이었다.
별 말도 아니었거니와,
심지어 나에게 한 말이 아니라
내 동료에게 한 말이었다.
"XX건은 A 씨가 처리할 수 있잖아?"
정확히는, 2주 이상 소요되는 일을
마치 정수기 물을 떠다 나르는 것처럼
쉽게 생각하는 박팀장의 말투에
그 순간 이성의 끈이 끊어진다는 느낌이
정확히 어떤 것일지 경험했다.
도저히 그 상태로 회사에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아마 박팀장은 내 눈빛과 표정이
변한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러나 신경 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본인의 밑에서 그저
닥치고 일만 하면 되는 노예 같은 존재일 테니까.
회의가 끝나고 친구와도 같은 동료들에게 참을 수 없이 스트레스를 쏟아냈다.
한 순간도 더 이상 저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다고.
지금 바로 정신과에 가야 할 것 같다고.
그들의 팔뚝을 붙잡으며 절박하게 애원했다.
돌이켜봐도 비이성적인 순간이었다.
그때는 사무실에 버티는 것이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냥 가만히 8시간을 버티면 될 뿐인데도,
나는 집문서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며 화장실을 서성였다.
그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몇 번의 검색을 통해 저장해놓기만 했던
동네 정신건강의학과 중 평점이 꽤 높은 곳에 전화를 했다.
초진이었기 때문에 예약한 날로부터 예약일자까지는 2주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날, 어떻게 8시간을 조용히 버티고
예약일자까지 얌전히 기다려
정신과를 가게 되었는지까지의 기억은
대부분 휘발되고 말았다.
다만, 내 뇌 속에
눌어붙은 자국처럼 뚜렷하게 남아있는 건,
이성의 끈이 마침내 끊어진
월요일의 오전, 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