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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원 May 31. 2024

들려요?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평범한 월요일 아침이었다.

몇 달 동안 스트레스 지수가

끓어오르기 직전까지 오르고 있었다.

출근시간이 지나자  박팀장은

당연한 듯 아침회의를 소집했다.


이성의 끈이 끊어진 건 박팀장의 말 때문이었다.

별 말도 아니었거니와,

심지어 나에게 한 말이 아니라

내 동료에게 한 말이었다.


"XX건은 A 씨가 처리할 수 있잖아?"


정확히는, 2주 이상 소요되는 일을

마치 정수기 물을 떠다 나르는 것처럼

쉽게 생각하는 박팀장의 말투에

그 순간 이성의 끈이 끊어진다는 느낌이

정확히 어떤 것일지 경험했다.


도저히 그 상태로 회사에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아마 박팀장은 내 눈빛과 표정이

변한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러나 신경 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본인의 밑에서 그저

닥치고 일만 하면 되는 노예 같은 존재일 테니까.


회의가 끝나고 친구와도 같은 동료들에게 참을 수 없이 스트레스를 쏟아냈다.

한 순간도 더 이상 저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다고.

지금 바로 정신과에 가야 할 것 같다고.

그들의 팔뚝을 붙잡으며 절박하게 애원했다.


돌이켜봐도 비이성적인 순간이었다.

그때는 사무실에 버티는 것이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냥 가만히 8시간을 버티면 될 뿐인데도,

나는 집문서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며 화장실을 서성였다.

 

그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몇 번의 검색을 통해 저장해놓기만 했던

동네 정신건강의학과 중 평점이 꽤 높은 곳에 전화를 했다.


초진이었기 때문에 예약한 날로부터 예약일자까지는 2주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날, 어떻게 8시간을 조용히 버티고

예약일자까지 얌전히 기다려

정신과를 가게 되었는지까지의 기억은

대부분 휘발되고 말았다.


다만, 내 뇌 속에

눌어붙은 자국처럼 뚜렷하게 남아있는 건,

이성의 끈이 마침내 끊어진

월요일의 오전,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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