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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원 Jun 14. 2024

초진 이후


정신과는 종류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들었다.

건조하게 약을 처방하는 것을 주로 하는 정신과와

상담을 병행하는 정신과.


나는 리뷰를 통해 상담을 병행하는 정신과를 선택했다. 

아마도 누군가로부터 내 스트레스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고 싶었나보다. 


처음 정신과에 갔던 날.

일반적인 병원에서 병명을 알려주는 것과 달리 

선생님은 나에게 어떤 병이라고 집어 말해주시지 않았다.

그러나, 약처방은 해주셨다.

항우울제 한알이었는데, 약에 부작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주일 뒤에 다시 진료를 잡았다.


30분 동안 스트레스의 근원과 전혀 상관없는 제삼자에게

내가 왜 슬프고 참을 수 없는지를 설명하고, 공감받는 시간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소중했다.

이야기를 하고 나서 후련함 때문이었는지 너무 신이 나서,

집에 와선 약을 먹지도 않았는데 신나서 나도 모르게 춤을 추었던 기억이 난다.


잘 쓰지 않는 다이어리에 초진한 날의 기억을 짧게 기록해 놓았다.


'정신과에 처음 간 날. 의사 선생님께서 공감해 공감해 주시는 것만으로 마음이 정리되고 편해졌다.

약을 먹기도 전에 식욕이 돌아왔다.'


약은 매일 같은 시간대에 먹는 것이 좋다고 해서 

저녁식사 후를 약 먹는 시간으로 정해두었다.

3일쯤 약을 복용하자, 복통이 생겼다. 


일주일 뒤에 선생님께 복통이 있다고 말씀을 드리고 그간 있었던 일들도 말씀드렸다.


그 시기에 나는 소설 공모전에 당선이 된 직후였다. 

직장인으로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뿐 아니라

쓴 소설이 어떤 콘테스트에서 합격을 했다는 첫 번째 경험으로 얼얼한 상태였다.


아주 친한 친구들에게 신이 나서 얘기를 하고, 그들은 모두 축하해 주었다.

하지만 그중 친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시기와 질투를 보여서 서글펐던 기억이 있다.

다이어리에는 이렇게 기록했다.


'사람들에게 축하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젠가 익명 글이 그런 것처럼 

세상엔 기쁨을 나눌 사람이 슬픔을 공유할 사람보다 드물어서 서글프다.'


이런 감정은 직장인 동료와는 나눌 수 없는 것들이어서,

진료하던 날에 직장인으로 받는 팀장 스트레스와

공모전에 합격하며 경험한 시기와 질투로 일한 혼란스러움을 

마구 쏟아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다른 글을 쓰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다이어리 속 흔적을 보니

우울증에 걸렸음에도 넘쳤던 그 당시의 열정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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